여성 차에 가뒀는데 '감금죄 불기소'…헌재 "검찰 처분 취소"
술에 취한 여성을 차에 태우고 내리지 못하게 한 남성에 대해 검찰이 내린 감금죄 불기소 처분이 헌법재판소에서 취소됐다.

헌재는 가해자의 감금 혐의를 불기소한 검찰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성폭력 피해자 A씨가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처분 취소 결정을 했다고 3일 밝혔다.

사건은 지난해 9월 22일 발생했다.

20대였던 A씨는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혼자 걸어가다가 오전 4시 30분께 한 식당 앞에 쭈그려 앉았고, 순간 술기운이 올라 정신을 잃었다.

이 시각 피의자인 50대 B씨는 차를 타고 가다 일면식도 없는 A씨를 발견하고는 조수석에 태웠다.

차가 약 1.1㎞를 움직이는 사이 정신이 돌아온 A씨가 놀라 내리려고 하자 B씨는 A씨를 강제로 눌러 앉히고 추행했다.

B씨는 행인의 신고를 받고 차를 뒤따라간 경찰에 10여분 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한달 뒤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B씨의 감금 혐의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하고, 강제추행 혐의만 적용해 약식기소했다.

A씨가 차에 타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강제력의 행사가 없었기 때문에 감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러나 헌재는 대법원의 2000년 판례를 인용하며 "(검찰의 처분은) 사람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수단과 방법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감금죄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면서 "가해자가 만취한 피해자를 그 의사에 반해 차량에 탑승시켜 운행한 행위는 감금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수사 기록에 나온 A씨와 신고자의 진술, 폐쇄회로TV(CCTV) 영상 등을 근거로 'A씨가 자기 발로 걸어와 조수석에 스스로 탔다'는 등 B씨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B씨는 자신이 집에 데려다줄지 물었더니 A씨가 긍정했다고 했으나, 재판부는 B씨가 몸을 못 가누는 A씨를 온전히 자기 힘으로 조수석에 태우고 하차 시도를 막은 점 등에서 감금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했다.

A씨의 집 주소를 모르고 일단 차에 태운 B씨는 검거 당시 A씨 집과 정반대 방향으로 차를 몬 것으로도 드러났다.

헌재의 취소 결정이 나옴에 따라 검찰의 처분은 효력을 잃게 됐다.

검찰은 결정을 통지받는 즉시 주임검사를 지정해 사건을 재기수사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