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조만간 대한민국을 ‘접수’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1호 오미크론 확진자인 40대 목사 부부를 출발점으로 270여 명이 연쇄 접촉한 것으로 확인돼서다. 델타 변이보다 다섯 배가량 센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의 강한 전파력을 감안할 때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미크론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지 4주 만에 우세종(검출률 50% 이상)이 된 만큼 “국내에서도 연내 델타 변이를 누를 것”이란 전망이 의료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택시 탔다” 거짓말…줄줄이 감염고리
2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오미크론 감염자는 △40대 목사 부부와 10대 아들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30대 지인 A씨 △나이지리아에서 귀국한 50대 여성 2명 등 모두 6명이다. 하지만 40대 목사 부부를 기점으로 270여 명이 연쇄적으로 만난 만큼 추후 오미크론 감염자가 줄줄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쇄 감염 가능성이 커지는 건 이 부부가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한 데서 비롯됐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나이지리아에서 국내에 들어온 직후 한 역학조사에서 “방역택시를 타고 공항에서 자택으로 이동했다”고 진술했지만 실제로는 A씨가 운전한 차를 탔다.
이로 인해 목사 부부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달 25일 이후에도 A씨는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A씨는 지난달 29일에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지난 1일 오미크론 감염으로 확인됐다. 목사 부부를 태워주고 양성 판정을 받기까지 6일 동안(11월 24~29일) 격리조치 없이 인천 일대를 돌아다닌 셈이다.
A씨는 이 기간 400여 명이 모인 교회 행사에 참여하는 등 여러 명의 지인을 만났고, 이 중 자신의 아내와 장모, 또 다른 지인 B씨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겼다. ‘목사 부부→A씨→아내·장모·B씨’로 이어지는 3차 감염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B씨는 다시 지인 수십 명을 만났다. 이렇게 연쇄접촉이 확인된 사람만 90여 명에 달한다. 이 중 일부가 오미크론 감염으로 확인되면 ‘n차 감염’의 고리는 한층 더 길어진다.
여기에 목사 부부의 10대 아들이 오미크론 감염으로 확인돼 또 다른 연쇄감염 고리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나이지리아에서 입국한 뒤 오미크론 감염으로 확인된 50대 여성 2명을 출발점으로 하는 새로운 감염고리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료계 일각에선 오미크론이 이미 국내에 퍼졌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오미크론이 유행한 아프리카와 유럽 국가에서 들어온 내외국인이 4000~5000명에 이른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오미크론에 감염돼 이미 ‘조용한 전파’가 진행 중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오미크론, 한 달 내 우세종 될 수도”
의료계에선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는 건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현재 신규 감염자의 거의 100%를 차지하고 있는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얼마나 센지는 몇 가지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오리지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전파력이 2.4배 정도 강한 델타변이는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뒤 6개월 만인 올 4월 국내에 들어왔다. 이후 3개월 동안 세(勢)를 불려 7월 우세종이 됐다.
오미크론 변이는 이보다 훨씬 빠르다. 지난달 24일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 보고된 지 1주일 만에 국내에 상륙했다. 남아공에선 출현 3~4주 만에 신규 감염의 74%를 차지했다. 국내 의료계에서 “오미크론이 한 달 이내에 델타를 밀어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오미크론 변이는 백신 회피능력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1호 확진자인 40대 목사 부부와 미국 1호 확진자 모두 백신 접종을 완료했는데도 감염됐다.
오미크론 변이의 중증화율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국내 환자 6명은 모두 무증상이거나 경증이다. 두통 미열 기침 인후통 등이 있었으나 곧 해소됐다. 해외에서도 환자 대부분이 경증 또는 무증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오미크론의 정확한 실체를 모르는 만큼 섣불리 낙관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WHO는 조만간 오미크론의 △전염성 △면역 회피 가능성 △중증 야기 여부 등 3대 의문점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대구와 경북에서 모두 2천278명(대구 1천132명·경북 1천146명)이 코로나19 신규 확진 판정을 받았다. 29일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1천132명(국내감염 1천130명·국외감염 2명)이 늘어난 131만5천270명이다. 사망자는 없다. 전담 치료 병상은 227개 중 43개를 사용하고 있어 가동률이 18.9%다. 경북에서는 1천146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사망자는 3명이 늘어 누계는 2천30명이다. 경북에서는 최근 일주일간 국내 확진자 7천889명(국외감염 제외)이 나와 주간 일일평균 확진자 수는 1천127명이다. /연합뉴스
충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은 항생제 내성균 감염증의 일종인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속균종(CRE) 감염증 환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지역 내 CRE 양성은 2019년 134건(양성률 71%), 2020년 290건(양성률 85%), 2021년 458건(양성률 91%)으로 점차 늘더니 지난해 1천25건(양성률 92%)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70세 이상 고령인구 양성이 775건으로 전체 양성의 75.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RE 감염증은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내성인 장내세균속균종에 의한 감염질환으로, 주로 중증 환자가 많은 종합병원과 요양병원 내 직·간접 접촉을 통해 발생한다. 감염되면 요로감염, 혈류감염, 상처감염과 폐렴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도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오염 기구나 물품 등을 통해서도 전파되는 만큼 의료기관 내 환경·위생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인천시는 지난 28일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천145명으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또 감염자 3명이 치료 중 숨져 누적 사망자 수는 1천841명으로 늘었다. 인천의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해 3월 15일 3만1천21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에는 대체로 1천∼2천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인천의 최근 1주일간 확진자(발생일 기준)는 지난 21일 938명, 22일 543명, 23일 644명, 24일 1천210명, 25일 2천228명, 26일 1천735명, 27일 1천151명이다. 누적 확진자 수는 175만3천643명이며, 재택치료 중인 감염자는 8천525명이다. 인천의 중증환자 지정 병상은 259개 중 48개(가동률 18.5%)가, 준중환자 지정 병상은 506개 중 71개(가동률 14%)가 각각 사용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