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히기도 마이웨이 강행하기도…尹측 "절대 안 간다"
'무기한 당무거부' 이준석 찾아갈까 말까…윤석열의 딜레마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간단치 않은 '딜레마'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돌연 잠적으로 '무력 시위' 중인 이준석 대표에 굽히고 들어가자니 후보로서 권위를 상실하며 주도권 다툼에서 밀릴 수 있고, 그와 정면으로 맞서자니 유연한 위기 관리 능력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윤 후보를 향해 사실상 '사과와 양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당직자는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는 선대위를 이대로 끌고 가면 대선에서 진다고 생각한다"며 "윤 후보에게 충격 요법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결국 윤 후보가 직접 찾아와 사과하고 '패싱' 재발 방지에 대해 확답하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현재 무기한 당무 거부를 선언한 상태다.

다만, 전날에도 모든 외부 일정을 취소한 가운데 선대위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으로서 미팅을 하고 당직자 보고를 받는 등 물밑 활동은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과 부산으로 내려가서는 이성권 부산시 정무특보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가덕신공항 등 지역 현안을 챙겼다고 한다.

한때 당 대표 사퇴설이 돌기도 했지만, 윤 후보가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이 대표 조기 복귀의 길이 열려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 이 대표의 이번 잠적을 놓고 조선 시대 왕들의 '선위 파동'을 연상하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보인다.

당내 주도권을 틀어쥐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윤 후보가 '백기 투항'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윤 후보는 이날 충남 천안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게) 무리해서 연락하는 것보다, 부산에 있다고 하니까 생각도 정리하고 해서 당무 복귀하게 되면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윤 후보 참모들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벼랑 끝 전술'을 펴더라도 지나친 저자세는 취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조언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나 2016년 총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대표처럼 김 전 위원장의 종로구 구기동 자택까지 찾아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고 한다.

이 대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기류가 감지된다.

한 측근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있는 곳으로) 절대 안 갈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여기저기 잔불 끄려고 후보가 직접 왔다 갔다 하면 후보만 죽는다"고 우려했다.

그 존재감과 별개로 신분상 '일개 당원'일 뿐인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달리 이 대표가 불과 6개월 전 돌풍을 일으키며 사령탑에 오른 선출직 당 대표라는 점은 윤 후보에게 부담으로 꼽힌다.

이 대표가 대변하는 2030 지지층의 이탈을 자극할 공산도 있다.

당장 윤 후보가 오는 2일 이 대표 없이 최고위를 주재할 경우 양측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당헌상 대선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행사할 수 있다지만, 상임선대위원장인 이 대표를 공석으로 둔 채 선대위 인선 작업을 강행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태를 방치하면 정치력을 의심받고, 주도권을 내주면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윤 후보의 '딜레마'를 축약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