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같은 동에 재택치료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있다는데 엘리베이터 탈 때는 물론이고 환풍기 돌리는 것도 겁납니다. 앞으로 재택치료가 더 확대된다는데 가족은 물론 이웃 간에도 감염이 더 늘지 않겠습니까.”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주부 윤모씨(35)는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확진자 재택치료’ 원칙에 대해 불안함을 토로했다. 병상 부족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정부가 ‘재택치료’라는 카드를 꺼내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가족 내 감염과 아파트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돌발 상황 시 응급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의료계에서도 “의료진이 단순 관찰하는 수준인 지금의 재택치료는 오히려 위중증 환자 증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택치료가 확산세 부추길 수도”

아파트서 확진자 재택치료?…"엘리베이터·환풍구 통한 감염 겁나"
30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전날 재택치료 중인 코로나19 환자는 9702명이다. 약 1주일 전인 지난 20일(5118명)에 비해 두 배 규모로 증가했다. 정부가 전날 재택치료를 기본 원칙으로 정하면서 집에 머무는 코로나19 환자 수는 수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생활치료센터에 상당한 의료 자원이 소모되고 있어 정작 중환자 관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집중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자원을 할애하기 위해서라도 재택치료를 계속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기준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8.5%다. 대전과 경북은 입원 가능한 병상이 단 하나도 없다.

의료계 안팎에선 재택치료가 오히려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아파트 내 집단감염’이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에선 최초 확진자가 나온 지 20일 만에 주민 65명이 확진되는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당시 이 아파트 화장실 환풍구 세 곳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환풍구를 통해 위아래층으로 바이러스가 퍼져 이웃이 감염될 수 있다는 의미다.

확진자가 집을 이탈해 지역사회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역당국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확진자가 격리 공간에서 벗어났는지 확인한다. 하지만 확진자가 휴대폰을 집에 두고 나가면 이탈 여부조차 알기 힘들기 때문에 관리망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자가 입원 원해도 재택치료 강제 가능

재택치료 중인 환자가 갑자기 증상이 나빠질 경우 제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방역당국은 재택치료 환자를 일반 관리군과 집중 관리군으로 나누고, 일반 관리군은 하루 2회, 집중 관리군은 하루 3회 모니터링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응급상황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특히 1인가구는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본인이 신고하지 못하면 방역당국이 먼저 연락하기 전까진 사실상 ‘방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확진자 본인이 재택치료를 거부하더라도 생활치료센터 입소나 입원치료는 불가능하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의식장애·호흡곤란·만성폐질환 등 특별한 입원 요인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모두 재택치료가 기본 원칙이다. 손 반장은 “환자가 재택치료를 계속 거부해 현장에서 마찰이 생기는 사례가 있다”며 “(이 경우에도) 재택치료를 강제할 수 있다”고 했다.

재택치료 확대가 위중증 환자 규모를 오히려 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자와 생활반경을 공유하는 가족은 백신 접종자라도 감염되기 쉽다”며 “특히 가족 중 조부모 같은 고위험군, 백신을 맞지 않은 어린이가 있다면 위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와 동거하는 가족은 ‘이산가족’이 되거나 감염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박모씨(40)는 “가족 중 백신을 맞지 않은 초등학생 딸이 있어서 더 걱정”이라며 “가족 중 확진자가 생기면 집에서 치료하다가 가족 모두 감염되든가, 확진 가족이 머물 숙소를 따로 잡고 집에서 딸을 봐줄 사람도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최예린/이선아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