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조사통계월보…"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 GDP 대비 5% 수준 전망"
"경상수지 흑자 확대, 고령화로 저축인구 비중 높아진 영향 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 약 10년간 확대 폭을 키워온 데에는 고령화에 따라 저축인구 비중이 상승한 점 등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 조사국 주욱·민은지 과장, 안희정 조사역은 30일 한은의 조사통계월보에 실린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2012년부터 흑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은 2000∼2011년 평균 1.5%에서 2012∼2021년 평균 5.1%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경상수지 흑자 폭 확대가 인구 구성, 고령화 속도와 같은 장기 구조적 요인과 순대외자산, 재정수지, 글로벌 분업체계(GVC) 참여도 등 중기 거시경제 여건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상수지 흑자 확대, 고령화로 저축인구 비중 높아진 영향 커"
보고서는 "핵심 저축인구 비중의 상승 등 인구구성 효과뿐만 아니라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저축 유인 증대도 흑자에 기여한 정도가 커졌다"면서 "본원소득이 확대되고 GVC 참여도가 확대한 점 역시 흑자 요인으로 가세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출을 일방적으로 확대하면 수요 심리를 자극하고 수입을 늘리는 효과가 발생해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재정수지(정부가 거두는 재정의 수입과 지출 차이)가 선진국 대비 양호한 편이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2018년 이후 경상수지 흑자 대부분이 중장기 요인에 의해 설명된다"고 꼽았다.

GVC 참여도가 높아진 동남아 지역에 대한 우리나라의 GDP 대비 흑자 비율은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를 중심으로 계속 오르며 지난해 4.8%를 기록한 바 있다.

이 외에도 경기적·일시적 요인(국제 유가, GDP 격차)과 금융 요인(민간신용, 환율)을 구분했는데, 경상수지 흑자 폭 확대에 이런 요인들이 기여한 정도는 크지 않은 수준으로 봤다.

"경상수지 흑자 확대, 고령화로 저축인구 비중 높아진 영향 커"
장기적으로는 인구구조와 재정수지가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에 기여하는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인구구조의 흑자 기여도는 현재 정점 부근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화에 따른 노년 부양률 상승 등이 가계 저축률을 하락시켜 흑자 기여도는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라며 "재정수지는 사회보장지출 확대 등으로 축소할 전망"이라 말했다.

이어 "최근의 경상수지 흑자 폭 확대는 대부분 중·장기적 요인에 기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GDP 대비 5%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규모 흑자 기조가 단기간 내 약화하진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상수지 흑자가 성장잠재력을 저하하고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둔화 등 경제 불균형을 시사할 수도 있어 과도한 흑자는 해소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대외의존도가 높은 비 기축통화국이라는 우리나라 특수성을 보면 흑자 기조는 대외안정성을 제고할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