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사실로 압수수색 영장 청구" vs "영장 전체 내용 보면 정확한 기술"
"윤석열 수사 집중해도 모자란 시점에 힘만 소모" 비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성윤 공소장 유출' 수사를 본격화하며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절차 문제로 수사 초반부터 발목이 잡혔다.

'고발 사주' 의혹 등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관련 사건도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사건에 성급하게 손댔다가 자승자박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고발사주'도 바쁜데…공수처, '공소장 유출' 수사로 논란 자초
◇ 6개월 동안 잠잠했던 '이성윤 공소장 유출' 사건
공수처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는 29일 대검찰청 정보통신과 압수수색을 재개했다.

공수처는 26일에도 압수수색을 벌였으나 대상자들이 절차 문제를 들어 항의하면서 마무리하지 못했다.

압수수색 목적은 이른바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 규명이다.

올해 5월 12일 수원지검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기소했는데, 당사자인 이 고검장이 받아보기도 전에 공소장 내용이 사진 파일 형식으로 외부에 유출됐다.

공수처는 같은 달 사건을 정식으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특별채용 의혹 사건, 이규원 검사 허위 보고서 작성 사건에 이어 공수처가 직접 수사하는 '3호'로 기록됐다.

하지만 이후 6개월 넘도록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한 공수처의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았다.

검사 정원도 못 채웠던 상황이라 조 교육감 사건, 윤석열 후보 관련 4건의 사건 등에 힘을 쏟는 것처럼 보였다.

'고발사주'도 바쁜데…공수처, '공소장 유출' 수사로 논란 자초
◇ '표적 수사', '허위 영장 청구' 논란 불거지며 자충수
그러나 이달 24일 공수처가 '수원지검 수사팀을 대상으로 26일 압수수색에 나설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소장 유출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압수수색에 참여해 달라는 공수처 통보를 공개하며 "표적 수사"라고 반발했다.

대검 감찰부도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해 감찰조차 진행되지 못한 혐의를 두고 유독 수사팀 7명을 압수수색 한다는 취지였다.

26일 압수수색 때도 잡음이 불거졌다.

압수수색을 참관한 검사가 절차를 설명하는 안내문을 늦게 전달받았다고 반발했고, 공수처는 대상자 1명에 대한 압수수색만 마무리했다.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압수수색 당사자들은 공수처가 허위 사실을 토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의혹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

당시 수사팀 검사 2명은 이미 원소속 검찰청에 복귀한 상태였는데, 영장에는 이들이 파견 형식으로 수사팀에 남아 있었다고 기재돼 있다는 점을 당사자들은 문제 삼고 있다.

당사자 중 한 사람인 임세진 부장검사는 이날 공수처에 수사기록 열람 등사를 신청했다.

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영장 제시 당시) 임의 제시한 서류만으로는 실수인지 허위인지 알 수 없어 신청하는 것"이라며 "공수처가 열람등사 신청을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이기에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고소는 일단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고발사주'도 바쁜데…공수처, '공소장 유출' 수사로 논란 자초
◇ 공수처, '수사 흔들기' 반발…법조계 "왜 하필 지금 이 사건을"
이런 반발에 대해 공수처는 이날 영장 내용 일부를 공개하며 "허위라면 영장청구서 내용을 모두 검토한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을 리 만무하다"고 반박했다.

'공수처 수사 흔들기'라는 것이다.

공수처는 "압수수색 필요성을 설명한 수사보고서 등에는 파견 및 직무대리 연장 불허에 대한 (수원지검) 수사팀 구성원 변동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압수수색 대상자들을 정리한 목록표가 기재됐으며, 이를 함께 검토하면 '파견'이라는 표현은 기소 당시 다른 검찰청에 소속돼 있되 수사 때 파견된 형태라는 의미로 정확하게 읽힌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영장신청서에 피의자가 '성명불상'이라고 기재된 것이 '부실 청구'라는 지적에는 "유출자를 특정해 위법 여부를 가리는 것이 수사의 목적"이라며 "성명불상인 유출자를 특정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밝혔다.

최석규 부장검사도 이날 오전 대검 2차 압수수색에 들어가면서 "법적인 의무를 다했고 절차와 관련해 어긴 것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판사 출신인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 세 차례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영장 발부 자체가 부적절했던 게 아니냐는 의심 섞인 해석도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굳이 이 시점에 잠자고 있던 공소장 유출 의혹 수사를 재개했어야 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공수처는 9월 9일부터 윤석열 후보와 손준성 검사, 국민의힘 김웅 의원 등을 피의자로 한 고발 사주 의혹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체포·구속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며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100일을 앞둔 상황에서 윤 후보 수사를 시급히 마무리해도 모자랄 판에 공수처로서는 급하지 않은 공소장 유출 사건으로 엉뚱한 논란을 불러왔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특히 공소장 유출 자체가 규정 위반이 될지언정 공무상비밀누설 등 형사 처벌 대상으로 볼 사안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공수처 사정에 밝은 법조계 한 관계자는 "죄가 될 만한 걸 잘 골라내고, 적법 절차에 따라 증거를 잘 찾아내야 될까 말까 하는 게 수사이고 그래서 종합 예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라며 "공수처가 생긴 뒤 실적이 무엇이 있느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상상 이상이라 깜짝깜짝 놀란다"고 비판했다.

공수처는 이런 논란에 대해 "외부의 다양한 억측과 의혹 제기에 흔들림 없이 오직 실체적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