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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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코로나19 3차 대유행 때인 작년 겨울만큼 없습니다.”

지난 26일 점심에 찾은 서울지하철 3호선 홍제역 3번 출구 주변의 한 갈비집. 이곳은 11월 들어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활기를 띠었지만, 또다시 한적한 모습이었다.

아무도 없는 홀에서 한 직원이 TV만 바라보고 있었다. 직원 정재열 씨(65)는 “최근 들어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손님이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11월 초 대비 80% 가까이 감소했다”며 “안 그래도 손님이 오지 않는데 영업제한 조치까지 다시 시작될까봐 사장과 직원들 모두가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발걸음 끊긴 식당가

홍제역 주변뿐 아니라 서울 주요 지역 자영업자들은 위드 코로나 특수를 한 달도 채 누리지 못하고 불안감에 떨고 있다. 상당수 자영업자가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로 아르바이트생 뽑기에 나서는 바람에 구인난까지 발생했던 이달 초 상황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홍제동에서 일본 가정식집을 운영 중인 박성용 씨(42)는 “확진자가 4000명에 육박하자 손님이 서서히 줄기 시작해 지금은 이달 초보다 매출이 4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며 “11월 둘째 주까지 위드 코로나 효과로 손님이 계속 늘었고 일손이 부족해 알바생을 추가로 뽑았는데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초저녁 시간대 가족 단위 손님이 거의 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주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10년째 이곳에서 치킨집을 하고 있는 황모씨(69)는 “이달 들어 매출이 코로나 이전 상황이 좋았을 때의 80%까지 회복돼 기대를 많이 했고 연말 특수도 기다리고 있었다”며 “갑자기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니까 손님들이 안 오고 매출도 이달 초보다 30%가량 줄었다”고 했다.

서울 지역 번화가의 유동인구는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4000명을 넘은 24일 이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24일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의 하루 승하차 인원은 1만9509명으로 1주일 전(17일·2만1615명)에 비해 9.7% 감소했다. 같은 기간 1호선 종로3가역 승하차 인원은 6.9% 감소했다.

시민들도 약속을 하나둘 취소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김모씨(27)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회사 선배와의 약속을 취소했다”며 “입사한 지 3개월이 지났는데 선배와 한 번도 만나지 못해 기대했던 약속이어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방역조치 다시 강화될까’ 불안

정부는 26일 하기로 한 방역강화 대책 발표를 29일로 연기했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위원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상회복지원위에서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 위해 ‘방역패스’ 적용 대상과 시설을 확대하고 방역조치를 강화하자”는 주장이 나왔으나 자영업자 측 위원들이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님 늘까 싶어 알바까지 뽑았는데…"
자영업자들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재개되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강남역에서 6년째 된장찌개집을 운영하는 이동주 씨(33)는 “위드 코로나로 매출이 완전히 회복돼도 지금까지 입은 피해를 복구하려면 최소 1년은 걸릴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돼 손실이 커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청소년 백신 접종률이 낮은 상황에서 18세 이하를 대상으로 방역패스를 확대하는 것은 영업제한 조치와 다를 바 없다”며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노래방과 같은 시설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고강도 영업제한 방침이 내려진다면 소상공인 모두와 함께 중지를 모아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자를 줄이기 위해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미접종자 한 명을 포함한 4~5명 수준으로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고, 정부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모임 자제 권고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