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40분간 1명만 대상으로 진행…수원지검은 진행 못해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외압' 수사팀 3명 참관…"원대복귀 검사도 영장에"
참관 검사 "고지사항도 놓쳐" vs 공수처 "적법절차 준수"
공수처,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 대검 압수수색…'빈손' 철수(종합3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6일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사실상 '빈손'으로 철수했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10시께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에 검사와 수사관 10여명을 보내 대검 관계자 및 참관인들과 5시간가량 협의를 거친 뒤 오후 3시 반께부터 서버를 약 2시간 동안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야간 집행 영장을 따로 받아두지 않은 상황이어서 1명만 대상으로 진행하고 저녁 시간이 되자 절차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주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 1명만 압수수색하고 철수…재집행 불가피
공소장 유출 사건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외압 혐의로 기소된 이 고검장의 공소장 내용이 당사자가 받아보기도 전에 언론에 먼저 보도되면서 처음 논란이 됐다.

공수처는 이 고검장 공소장 유출 논란과 관련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고발한 사건을 지난 5월 말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날 압수수색에서는 5월 12일 이 고검장을 기소한 수원지검 수사팀의 내부망 메신저와 이메일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지검이 공소장 내용을 검토하고 완성한 뒤 결재하는 과정에서 수사팀의 의사 연락이나 자료 공유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살펴보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압수수색을 통보받은 수사팀에는 오인서 전 수원고검장, 신성식 전 반부패·강력부장, 송강 전 수원지검 2차장검사 등 이성윤 고검장에 대한 수사 및 기소를 지휘한 인사가 포함됐다.

임세진 부장검사를 비롯한 수사팀 검사 3명은 이날 대검 회의실에서 직접 공수처가 진행하는 압수수색을 참관했다.

임 부장검사는 참관을 마친 뒤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압수수색 대상자는 총 7명인데 저 혼자 종료됐다"며 "압수할 물건이 아무것도 없다는 증명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수처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가 여전히 '성명불상'으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는 공무상비밀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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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고지 안했다" vs "의무사항 아냐"…또 절차 논란
공수처는 임 부장검사 외 다른 수사팀 검사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나 절차 고지를 거치지 않아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에 현장의 공수처 검사는 '(집행을) 안 한 것으로 하자'고 말한 뒤 돌아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부장검사는 "(압수수색의) 선후 과정과 참여 등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이) 늦어졌다"면서 "영장 집행 과정에서 여러 이견이 있었는데 대응 방식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이와 관련해 "대상물을 추출해 확보하는 과정에서 안내문을 전달했는데,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다"라며 "압수수색 대상자가 안내문이 늦게 전달됐다고 문제를 제기해 압수수색 절차를 중단하고 대상물의 무결성 확보 차원에서 재집행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안내문 전달 시점이 다소 늦었다고 이를 위법하다거나 절차적 권리를 빠트렸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원대 복귀 검사도 '수사팀'으로 영장에 포함
공수처의 이날 압수수색은 집행 전부터 당사자들의 반발로 논란이 일었다.

공수처 주임 검사인 최석규 수사3부장은 지난 23일께 이 고검장을 검찰이 수사하던 당시 수사팀으로 활동했던 검사들에게 압수수색을 통보했다.

압수수색 통보 대상에는 이 고검장이 기소되기 전인 지난 3월 수사팀에서 나와 원대 복귀한 파견 검사들 2명도 포함됐고, 이를 두고 통보 대상 검사들의 반발이 뒤따랐다.

이날 임 부장검사는 "영장에 복귀했던 저와 김경목 검사가 '기소 당시 수사팀'으로 돼 있다는 점은 확인했다"며 "오기인지 고의인지는 월요일(29일) 공수처에 열람 등사 신청을 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압수수색 통보를 받은 한 검사는 "어느 시민단체가 성명불상의 현직검사를 고발한 것으로 우리(수사팀)만 압수수색한다는 건 전형적인 표적 수사"라며 "검찰개혁의 옥동자로 태어난 공수처가 헛다리만 짚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