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스크' 지적했다가…폭행에 살해까지
"원래 무서웠는데 더 무서워졌다" 아르바이트생 토로
영상=트위터

영상=트위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마스크 착용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도가 쌓여가고 있는 가운데, 몇몇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손님에게 착용을 요구했다가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최근 젊은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남성 손님으로부터 뺨을 맞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시민들의 공분을 샀고, 대만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 가운데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가뜩이나 불안했던 업무 환경이 이같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더 불안해졌다고 토로했다. 본인을 여성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소개한 A 씨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본인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은 여러 피해 사례들을 열거했다.

A 씨는 "손님 중에 무서운 분들이 너무 많다. 제가 덩치가 좀 있고 전혀 꾸미고 다니지 않는 여자라서 성추행이나 이런 건 없을 줄 알았는데, 매일 마스크도 절대 안 쓰는 옆 건물 할아버지가 와서 악수하자며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문지르고 어깨를 만졌다"고 운을 뗐다.

그는 "마스크 안 쓰는 손님을 신고할까 싶다가도 해코지당할까 겁난다"며 "사장님한테 진지하게 말해봤자 동네 장사라서 일을 크게 만들기 싫을 것 같다. 전 잘리면 그만이다. 어렵게 구한 일자리를 잃을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10년만 젊었어도 보쌈해간다는 둥 이쁜데 어떻게 하고 싶다는 둥, 옆 건물 장사하는 사람이라 괜히 문제를 일으키면 동네 소문이 이상하게 나서 저희 사장님만 피해 볼까 봐 무슨 말도 못 하겠다"고 했다.

A 씨는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카드가 잘 안 돼서 옆으로 긁으려는데 제 손을 세게 때리면서 '왜 비싼 카드 긁느냐'면서 다른 카드를 던진 적도 있다. 그날도 눈물이 나는 걸 엄청나게 참았다"며 "처음에는 일하는 게 좋았는데 이제는 출근하는 게 무서워졌다. 인류애가 사라지게 만드는 사회생활"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에 아르바이트생 폭행 사건이 참 안타까우면서도 더 무서워진다"며 "그 아르바이트생도 엄청 힘들 텐데 같이 껴안고 울어주고 싶다"고 했다.

A 씨가 언급한 폭행 사건은 최근 한 편의점의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노마스크' 상태의 남성 손님에게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했다가 뺨을 맞은 사건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한 트위터 이용자는 "내 지인이 아르바이트하면서 마스크 안 쓰고 온 손님에게 마스크 써달라고 했다가 뺨 맞았다"면서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은 편의점 내부를 촬영한 CCTV 영상으로,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자 손님이 직원의 오른쪽 뺨을 세게 내리치는 모습이 담겼다.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는 등 시민들의 공분이 커지자 사건이 발생한 편의점 본사 측은 법적 대응을 동반한 피해자 보호 조치에 나선다고 했다.

대만에서는 손님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다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연합신문망 등 대만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 시각) 오전 5시께 대만 타오위안시 구이산 지역의 한 편의점에서 손님 장 모 씨는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한 직원 차이 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차이 씨는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과다 출혈로 끝내 숨을 거뒀다.

국내 편의점 업계는 결제 단말기 긴급 신고 버튼, 경찰과 연계해 긴급 수화기를 내려놓기만 하면 자동으로 경찰과 연결되는 '한달음 서비스' 등을 도입해 직원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다만 경비 인력 도입 등 보다 확실한 조치 없이는 편의점 내 돌발 사고는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아르바이트생에 왜곡된 시각을 가진 일부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절실한 때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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