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개월 유아, 사소한 유형력에도 사망 가능"…일각선 "형량 낮다" 비판

생후 33개월짜리 입양아의 뺨을 수 차례 때리고 방치해 숨지게 한 '화성 입양아 학대 살해' 사건 피고인인 양부에게 적용된 아동학대살해 혐의가 25일 유죄로 인정됐다.

방어 능력이 사실상 없는 영유아는 사소한 유형력의 행사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검찰의 논리가 통한 것인데, 향후 비슷한 아동학대 사건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화성 입양아 사건서 '아동학대살해죄' 인정된 이유는
수원지법은 이날 이 사건 선고공판에서 양부 A(36)씨에게 적용된 아동학대살해죄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생후 33개월에 불과한 피해 아동의 얼굴과 머리를 강하게 수차례 때렸다"며 "아동의 머리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경우 뇌 손상으로 이어져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식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피고인은 당시 피해 아동이 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및 위험을 인식하고도 순간적으로 스트레스와 분노를 표출하며 범행했고,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에 빠진 피해 아동에 대한 구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며 주장한 논리가 그대로 인정된 것이라는 평가이다.

검찰은 피고인이 폭행한 피해 아동의 머리 부위, 즉 뇌는 생명과 직결된 급소에 해당하며, 아무런 방어 능력이 없는 영유아의 경우 사소한 유형력에도 사망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지난 5일 결심공판에서 "성인 사이에서의 폭행에서도 무술유단자와 일반인, 즉 신체적 능력에 현격한 차이가 있으면 살인의 범의를 인정한다"며 "성인 남성이 아무런 보호 능력이 없는 생후 33개월 유아의 얼굴과 머리를 때린 것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A씨의 폭행으로 피해 아동 B(2)양이 반혼수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연명치료를 받게 되자 아동학대중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B양이 두 달여를 버티다 끝내 숨지자 보강 수사를 통해 A씨에게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적용, 공소장을 변경했다.

지난해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올해 3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신설된 아동학대살해죄는 고의로 아동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하한이 징역 5년 이상인 일반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겁다.

법 개정 이후 지난 6월 경남 남해에서 13세 딸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숨지게 한 계모에게 아동학대살해 혐의가 처음으로 적용됐다.

구속된 계모는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세 살배기 딸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30대 엄마와 대전에서 두 돌도 지나지 않은 여자아이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20대 아버지도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기소됐다.

이 중 인천 사건 피고인은 지난 5일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최근 잇달아 아동학대살해 혐의 유죄 판결이 나오자 향후 검경이 비슷한 사건에서 아동학대살해죄 적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리란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아동학대살해죄의 인정 여부와 별개로 양형에 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화성 입양아 사건의 한 방청객은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된 것은 다행이라고 보지만 형량은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며 "피해 아동이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빼앗은 범죄자들이다.

죽은 아이는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하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방청객은 경제적 사정이 양형에 고려된 점에 관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잠재적인 아동학대범인가"라며 "자신이 보호해야 하는 생명을 앗아가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왜 관대하게 처벌하는 것이냐"고 했다.

화성 입양아 사건서 '아동학대살해죄' 인정된 이유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