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교육 1번지 대치동 교육실태 조명

대치동은 국내 사교육 1번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좁은 땅에 수많은 학원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대치동은 경쟁 학군지인 목동과 중계동을 압도한다.

입시 주요 정보가 대치동 일부 강사들 사이에서 유통된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영상 콘텐츠 제작사에서 기획 PD 겸 작가로 일하는 조장훈 씨가 쓴 '대치동: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가 만나는 곳'(사계절)은 우리 사회 욕망의 용광로인 대치동의 교육실태를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1990년대 논술 강사로 사교육 시장에 발을 들인 후 작년까지 대치동에서 학원장으로 일했다.

요컨대 '대치동'은 내부 관계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대치동의 교육 문화 실태를 고발한 책이다.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가 만나는 곳 '대치동'
저자에 따르면 박정희 정권의 강남 개발로 경기·휘문 등 당대의 명문 고교들이 대거 강남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강남은 교육특구로서 주목받았다.

이른바 '8학군'에 속하는 학생들이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내자 이 학교들은 엄마들의 '로망'이 됐다.

강북에 터전을 잡았던 학부모들은 너도나도 강남행 '이사 열차'를 탔다.

집값이 폭등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1980년 1월 입주 당시 대치동 은마아파트 84㎡의 분양가는 2천339만 원이었다.

그러나 2001년에는 3억1천만 원으로 10배 이상 뛰었고, 2019년 말에는 23억5천만 원으로 100배 넘게 치솟았다.

대치동과 멀지 않은 잠실 1동 주공아파트 1단지 49㎡ 상승세는 더욱 가팔랐다.

1976년 분양가 432만 원이었으나 1988년에 4천300만 원으로 10배 상승했고, 2004년에 8억2천만 원까지 치솟았으니 27년 만에 190배 오른 셈이다.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가 만나는 곳 '대치동'
탄탄한 입시실적, 오르는 집값 덕에 강남 지역은 학부모들에게 더욱 커다란 인기를 누리게 됐다.

그리고 대치동은 그 가운데에서도 중심으로 떠올랐다.

대치동이 사교육 1번지로 명성을 얻은 건 1990년대 이후다.

학원 관련 규제가 완화하고, 학력고사에서 수능 등으로 입시 제도가 대대적으로 변화하면서다.

여기에 운동권의 퇴조와 맞물려 젊고 유능한 운동권 학생들이 대거 대치동으로 몰려들어 강사가 된 점도 대치동의 번영에 한몫했다.

대치동 학원가로 몰려든 고학력 강사 인력은 누구보다 빠르게 입시 제도의 변화를 이해하고, 이에 맞는 새로운 입시 및 학습 전략을 제공했다.

또한 소규모로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학원들이 어디서도 제공하지 못했던 교육 서비스를 창출했다.

대치동이 주목받으면서 수많은 용어도 탄생했다.

소모임,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엄마들을 리드, 한때 대치동 학원 문화를 이끌었던 '돼지 엄마', 가장 먼저 강의가 마감되는 스타강사를 의미하는 '1타 강사', 대치동에서 전세로 살며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대전족', 대치동 원주민을 의미하는 '대원족', 대치동 원주민 2세들이 대치동으로 돌아와 학생 부모가 된 '연어족' 등 다양하다.

저자는 각자가 치열하게 자기 욕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대치동 특유의 효율성과 전문성이 만들어졌고, 다른 한편으로 과도한 교육열과 사회적 자원의 불평등한 분배라는 폐해도 낳았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이 구조를 들여다본 이후에야 개인의 욕망과 시장의 효율성을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좀 더 양질의 다양한 교육 자원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릴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교육 정책의 목표가 양질의 교육 서비스의 사적 거래를 막는 일에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며 "그보다는 안정적인 교육 서비스의 공급을 늘리고 공공의 차원에서 공급 가능한 대체재를 마련해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한다.

416쪽. 1만8천원.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가 만나는 곳 '대치동'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