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단순히 범행 자백했다고 양형 조건 변할 수 없다"

끈질긴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 재판에 넘겨진 강간 사건 피고인이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결국 범행 사실을 자백했지만, 형량을 줄이지는 못했다.

20년 전 휴지 속 정액 DNA로 잡은 강간범 항소 기각…징역 4년
광주고법 제주형사1부(왕정옥 부장판사)는 24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주거침입강간)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모(56)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1심 당시 한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 자체를 부인했지만,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하고 "늦었지만,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왕 부장판사는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에게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좋지 않고, 피고인의 성범죄 재범 위험도 높은 상황"이라며 "단순히 범행을 자백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양형 조건이 변화할 수 없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한씨는 2001년 3월 제주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피해자를 강간한 혐의로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인 지난 3월 2일 기소됐다.

사건 당시 현장에 남은 증거는 피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정액이 묻은 휴지 뭉치가 유일했다.

서귀포경찰서는 휴지 뭉치에 묻은 정액에서 DNA를 검출했지만,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인물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2016년부터 3년간 미제 사건 현장에서 추출한 1천800여 개 DNA를 재분석하는 사업을 진행했으며, 2019년 3월 드디어 해당 DNA가 한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한씨는 성범죄 18건과 강력범죄 165건 등 모두 183건의 범죄를 추가로 저질러 2009년 5개월에 징역 18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역 중인 상태였다.

해당 사건을 맡은 서귀포경찰서는 다른 지역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한씨를 제주교도소로 이감해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며, 제주지검은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 한씨를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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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