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범죄가 또다시 살인으로 끝났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에서 전 남자친구에게 11개월간 스토킹을 당하던 여성이 살해당했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경찰의 신변 보호와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긴급응급 조치도 소용없었다. 전문가들은 “가해자의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 조항은 있지만 피해자를 보호할 방안은 미흡하다”고 지적해 왔다. 스토킹 처벌법 시행 전부터 지적돼 온 법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스토킹이 살인으로 끝나는 일은 지속적으로 반복됐다. 올해 들어서만 네 차례 일어났다. 지난 3월 ‘노원구 세 모녀 살인’, 7월 ‘제주도 동거녀 아들 살인’, 10월 ‘은평구 공인중개사 살인’ 등이다. 이런 범죄를 막기 위해 지난달 21일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지만, 또다시 스토킹 피해자가 살해당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법 시행 전부터 법의 허점을 지적했다. 스토킹을 범죄로 규정한 점에서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스토킹이 더욱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추가적인 범죄를 막아야 할 때 가해자가 피해자 반경 100m 이내로 접근할 수 없도록 1개월간 긴급응급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이런 응급 조치는 무용지물임이 입증됐다. 지난 9일부터 가해자에게 긴급응급 조치가 내려졌지만, 가해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미리 알고 있던 피해자의 자택에 침입해 범행을 저질렀다.

전문가들은 100m 접근금지가 아니라 절대적 격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00m는 10초대에도 달려갈 수 있는 거리로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에 대한 절대적 격리를 시행하고, 그 기간 동안 피해자가 원한다면 가해자가 피해자를 찾을 수 없도록 피해자의 주거지 변경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치로는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법률사무소)는 “피해자 거주지의 순찰을 강화하거나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조치는 예방에 한계가 있다”며 “가해자에 대한 조치가 강구돼야 추가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의 부실 대응도 연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3일 김창룡 경찰청장과 면담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데이트폭력과 관련해 신변 보호 요청이 있었고 스마트워치를 지급했음에도 끝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좀 더 신속하고 제대로 된 대처를 위해 경찰에 대책을 촉구하고 국회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