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소하지회가 "정년퇴직자,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해달라"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엄연히 기아차 단체협약에서 정한 내용인 만큼 준수하라는 요구다. 노조를 잘 이해하는 조합원의 자녀를 채용하게 될 경우 조합원 숫자도 유지할 수도 있으니 노조 입장에서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한 것이라는 평가다.

소하지회는 지난 8일 발행한 노동조합 소식지 통해 "단체협약 27조를 준수하라"고 주장했다. 지회 주장에 따르면 단체협약에 따라 회사는 올해 말까지 신입사원을 채용해야 한다. 5년만의 채용이다. 노조는 이번 채용에서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우선 뽑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단협 27조는 장기근속 근로자뿐만 아니라 '산재사망자의 유족'과 '비정규직'에 대한 우선 채용도 함께 정하고 있다.

만약 이 사건이 법원으로 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지난해 이 조항을 두고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보면 법원 입장이 추측 가능하다.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기아차 백혈병 산재 근로자 유족 이 모씨가 기아차·현대차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직계가족 1인을 특별채용한다는 단체협약 규정은 유효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회사 측은 "채용 기회의 공정을 해한다"며 단협 조항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소중한 목숨을 잃어버린 근로자의 특별한 희생에 대한 보상이며, 사회적 약자 보호가 목적인 규정"이라며 유효라고 판단해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의 결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당시 대법원 소수의견은 "선한 목적을 이유로 일자리 대물림 조항까지 보호하고 있다"며 다수 의견에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판결 직후 재계를 중심으로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들도 곧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론 적중한 셈이다.

다만 대법원은 사회적 논란을 의식했는지 "유족 우선 채용은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채용과는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전원합의체는 "(유족 우선채용 조항은)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 자녀를 채용과는 달리 … 특별한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가족 생계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보호 또는 배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채용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물론 법원 판결의 결과를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법원은 노조의 주장을 인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 최근 청년 세대를 위주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공정성'인 만큼, 법원까지 가게 되면 거센 여론에 맞닥뜨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장기근속 조합원의 자녀 우선 채용 규정이 현실화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현대차 노사도 최근 단협을 개정하면서 장기근속 조합원 자녀 우선채용 규정을 삭제했다.

결국 노조의 목적은 다른 데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기업 노사 업무 담당자는 "아무리 사소하고 사문화 된 단협 조항도 삭제하려면 상대방의 양해가 필요하다"며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노사 관계전문가는 "근로자를 뽑을 계획이 없는 현대·기아차에서는 연간 수천명씩 정년퇴직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조합원"이라며 "노조도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들은 척도 안하는 상황이라 판을 흔들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내놨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