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예방접종 완료자에 한해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허용하는 ‘방역패스’에 유효기간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접종 완료자라 하더라도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맞지 않으면 노래연습장·헬스장 등 이용을 제한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상 부스터샷을 의무화하는 조치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시행한 지 3주 만에 수도권의 방역 위험도가 ‘매우 높음’으로 치솟는 등 상황이 나빠지자 정부가 고강도 조치를 내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스터샷 맞아야 방역패스 갱신

부스터샷 맞지 않으면 헬스장·노래방 못갈듯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브리핑에서 “외국에선 방역패스 유효기간을 (백신) 면역력이 유지되는 6~9개월 정도로 지정하고, 부스터샷을 방역패스에 연동해서 적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최근 면역력 감소에 따른 코로나19 감염이 증가하고 있어 방역패스 유효기간 설정을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역패스란 미접종자의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조치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등에 적용된다.

방역패스에 유효기간이 설정되면 접종 완료자도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미접종자와 같이 다중이용시설 이용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방역패스를 갱신하려면 부스터샷을 맞아야 한다. 이스라엘이 대표적이다. 이스라엘은 2차 접종 후 6개월 안에 부스터샷을 접종해야 식당, 헬스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정 청장은 “방역패스의 정확한 유효기간은 전문가 검토와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부스터샷 대상을 성인 전체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정 청장은 “18~49세는 대부분 10월에 접종이 완료됐기 때문에 부스터샷을 하면 내년 상반기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 위험도 ‘매우 높음’

방역당국이 부스터샷에 속도를 내는 건 방역 상황이 급속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는 11월 셋째 주(11월 14~20일) 코로나19 위험도를 평가한 결과, 수도권은 ‘매우 높음’, 비수도권은 ‘중간’이라고 밝혔다. 전국의 위험도는 ‘높음’이었다. 특히 수도권은 직전주(11월 7~13일)엔 위험도가 ‘중간’이었는데 한 주 만에 위험도가 최고 단계로 상승했다.

주요 방역지표는 일제히 ‘방역 악화’를 가리키고 있다. 11월 셋째 주 전국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62.6%로, 2주 전(46.6%)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확진자가 집중되는 수도권의 가동률이 80%에 달했다. 주간 신규 위중증 환자 수는 같은 기간 263명에서 346명으로 31.6% 늘어났다.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하루 이상 대기하는 사람은 1000명에 육박했다. 전날 기준 수도권 병상 대기자는 907명이었다. 이 중 절반 이상(466명)은 70세 이상 고령층이다. 고혈압·당뇨 등 기저 질환자도 440명이었다.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일단 상황을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정 청장은 “계속 악화되면 비상 계획 적용을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도 “현재는 비상 계획을 발동할 단계는 아니며 병상 효율화, 부스터샷 등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