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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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에서 넘어져 다친 승객의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버스회사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버스가 달리고 있을 때 자리에서 일어난 승객이 손잡이도 잡지 않고 있다가 정차할 때 넘어졌다 해도 버스회사의 책임이 면제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자동차 사고로 승객이 다치면 승객 부상에 따른 손해의 배상 책임은 운행자 측에 있다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관련 판례가 근거가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한 버스회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건보공단의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시내버스 승객 A씨는 2017년 7월 다쳤다. 버스 좌석에서 일어나 가방을 메던 중 정류장에 정차하는 버스의 반동으로 인해 뒤로 넘어져 허리를 삐끗한 것이다. 총진료비는 113만원가량 나왔다. 이 가운데 A씨 본인부담금은 16만원이었고, 건보공단은 나머지 97만원을 한방병원에 지급했다. 이후 건보공단은 “버스기사가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으니 버스회사, 전국버스운송조합과 함께 97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소액사건 재판으로 열린 1심은 버스 내부 블랙박스 영상을 본 뒤 건보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버스가 정차하기 전부터 자리에서 일어나 손잡이도 잡지 않고 가방을 메던 중 발생한 사고이므로 기사에게 과실이 있지 않다는 취지다.

이 판단은 2심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사고 당시 버스 내부에 승객이 많지 않아 정차 전에 일어나서 하차를 준비해야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전적인 과실로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며 버스회사의 손을 들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버스회사 측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자동차 사고로 승객이 다치면 승객 부상에 따른 손해의 배상 책임은 운행자 측에 있다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관련 판례가 근거다. 대법원은 “운행자가 승객의 고의나 자살행위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운전에 과실이 있었는지를 가릴 필요도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승객의 고의 또는 자살행위로 인한 것임이 증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므로 피해자의 부상에 따른 손해에 대해 버스회사와 전국버스운송조합의 책임이 면제됐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