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하루 2천명 안팎 확진자…병상대기자 500명 넘어
정부, 수도권 환자 1시간 거리 비수도권으로 이송 추진
의료계 "중환자 이송은 신중해야…의료인력 확보도 문제"
'병상 통합운영' 카드, 수도권 의료대란 우려 해소할까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뒤 수도권 지역 병상이 빠른 속도로 차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병상 통합운영' 카드를 꺼냈다.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의 병상이 아직 여력이 있는 만큼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의료계에서는 중환자를 이송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 중환자 병상가동율 수도권 78.1%…병상배정 대기자 520명
정부는 수도권에서 하루 2천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 지역 병상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19일 수도권 환자 일부를 1시간 내에 갈 수 있는 비수도권으로 이송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수도권의 경우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78.1%에 달하지만 비수도권은 40.9%로 아직 여력이 있어, 환자 이송이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할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중환자라 하더라도 수도권에 병상이 없다면 구급차로는 비교적 가까운 충청권으로 보내고, 헬기로는 경북권까지도 이송해 치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이런 고육책을 꺼내든 것은 수도권 지역 병상 배정 대기자수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 대해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수도권 병상 배정 대기자 수는 이날 0시 기준 520명으로 늘었다.

수도권에서 병상을 배정받지 못하고 대기한 환자의 수는 이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당시 1명도 없었지만, 12일 116명으로 세 자릿수가 됐고 이후 빠른 속도로 늘어나더니 이날은 500명을 넘어섰다.

단계적 일상회복 이전인 지난해 2월 20일부터 올해 10월 31일까지 입원 대기 중 사망한 사람은 총 26명(확진 후 24시간 이내 사망 20명)이었다.

◇ "중환자 병상 비효율적 운영…신속한 전원으로 적절한 치료"
정부의 이런 계획은 수도권 중환자 병상이 100% 차며 의료대란 수준의 혼란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비상조치' 성격의 조치이기도 하다.

아울러 정부는 상태가 호전된 중환자를 옮길 수 있는 준중증 및 중등증 환자 병상도 1천 여개 더 확보하기로 했다.

환자가 다른 병상으로 적시에 옮겨지면, 중환자 병상 활용에 그만큼 여유가 생기게 된다.

정부는 현재 중환자 병상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수도권에서 병상 부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다른 병상을 추가로 확보하면 이를 해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가 회복기에 들어설 때 준중증 병상 등으로 이송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라며 "이에 준중증-중등증 병상을 확보해 각 병상으로 신속하게 전원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상 통합운영' 카드, 수도권 의료대란 우려 해소할까
◇ 의료계 신중론…"환자 상태 안좋아질 수도"
그러나 의료계에선 중환자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 위험한 조치인 만큼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위중증에 해당하는 환자를 옮기는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며 "너무 먼 거리로 가면 환자 상태가 안 좋아지거나, 극단적인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 간담회에 참석한 오주형 상급종합병원협의회장(경희대병원장) 역시 브리핑에서 "중환자 이송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다"며 "이송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 변화, 인공호흡기를 갖춘 응급이송차의 확보, 응급상황에 대비한 의료인력이 동승해야 하는 어려움 등이 있어 수도권 발생하는 중환자는 수도권에서 수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만 오 회장은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워낙 올라가고 있으니, 환자 증상이 어느 정도 호전됐을 때 바로 준중증 병상이나 중등증 병상으로 이송할 수 있는 체계를 잘 갖추면 중환자 병상의 수용 능력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상태 호전이 있거나 중증도가 낮은 환자는 비수도권으로 이송하는 체계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 "의료인력 확보 어려워"…일반환자 병실 줄어드는 것도 문제
병상 확보와 관련해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엄 교수는 "병상 효율화에 일부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환자가 계속 늘어나게 되면 결국 부족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 회장은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것은 의료인력의 확보"라며 "(중환자 병상은) 일반 병상보다 최소 2∼3배에서 7∼8배 이상의 의료인력, 간호인력, 의사 등이 투입되는데 2년 가까이 코로나19 유행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더 의료인력을 뽑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장(질병관리청의 전신)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중환자 치료 병원을 하나 지정해서 중환자 100명을 모아 두고 많은 의료진이 들어가 환자를 집중적으로 보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일각에선 감염내과, 호흡기내과 외에 다른 과에서도 의료인력을 확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코로나19 병상을 확보하면 일반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병상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문제도 있다.

이 통제관은 관련 질의에 "코로나19 병상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의료공백 우려를 감안해 병상확보 행정명령을 단계적으로 내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