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눔덴티스트 황광세 회장(앞줄 오른쪽)과 봉사자들이 활짝 웃고 있다.
보눔덴티스트 황광세 회장(앞줄 오른쪽)과 봉사자들이 활짝 웃고 있다.
“35년간 저희 보눔덴티스트를 거쳐간 치과의사·치위생사만 100명은 족히 될 겁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끊이지 않고 노숙인, 장애인 환자들을 진료해왔죠. 환자들의 ‘고맙습니다’ 한마디가 그 긴 시간을 지탱해준 것 같습니다.”

여성 노숙인·지적장애인을 위해 설립된 보호시설인 서울시립영보자애원. 이곳에는 35년간 꾸준히 일요일마다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치과의사·치위생사들의 자원봉사 모임인 보눔덴티스트다. 1985년 시설 설립과 함께 인연을 맺은 뒤 보눔덴티스트 회원들이 주말 진료봉사를 쉰 적은 천재지변을 제외하면 한 번도 없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보눔덴티스트는 최근 코오롱 오운문화재단으로부터 우정선행상을 받기도 했다.

보눔덴티스트를 이끄는 황광세 회장(황치과의원 원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늘 해오던 일을 한 것뿐인데 상을 받으니 쑥스럽다”며 “영보자애원처럼 도움이 필요한 곳은 우리 주변에 많다”고 했다.

보눔덴티스트는 당시 영보자애원 초대 원장이던 류영도 신부가 주변 지인 치과의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출발했다. 현재는 16명의 치과의사·치위생사가 참여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진료용 치과병상도 부족해 회원들이 사비를 털어 기부해 설치하고, 양치질하는 방법부터 가르쳤다는 게 황 회장의 설명이다.

황 회장은 “단체명인 ‘보눔’은 라틴어로 ‘안락’을 의미하지만, 한국어로는 ‘보듬고 나누다’라는 뜻도 담고 있다”고 했다.

황 회장이 보눔덴티스트와 인연을 맺은 건 2000년 무렵이다. 그는 “처음에는 장애인 환자를 진료하는 게 무척 어렵게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대학 치과병원 교수도 맡은 ‘베테랑’이었지만 지적장애인들을 치료해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처음엔 환자와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당황스러웠죠. 기자재도 부족했고요. 하지만 몇 달이나 계속 보니 환자들이 알아봐주고 인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감사 인사를 받을 때마다 저도 힐링이 됩니다.”

35년의 역사만큼이나 거쳐간 의사, 치위생사도 100여 명에 육박한다. 황 회장은 “보눔덴티스트에 가입을 권유한 조영필 전 조선대 치과대학장은 작고하시기 전 마지막 날까지 진료봉사를 하실 만큼 사명감이 대단하셨다”며 “저도 올해 75세로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출근할 수 있을 때까지는 봉사를 꾸준히 하려고 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