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서울 지역화폐인 서울사랑상품권을 판매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탄생한다. 1000만 서울시민이 잠재고객인 이 플랫폼의 수주전에 5대 은행을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토스, KT 등 내로라하는 기업 10여 곳이 뛰어들었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오는 19일까지 서울사랑상품권 판매대행업체를 공모한다. 지역화폐 선불결제 플랫폼을 운영하고 모바일 앱, 가맹점 등을 관리하는 위탁 사업자를 모집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서울시는 중소기업벤처부와 함께 지원해 온 간편결제시스템인 제로페이 앱을 중심으로 총 22개 모바일앱에서 서울사랑상품권을 판매해왔다. 앞으로는 지역화폐 판매 뿐 아니라 정책바우처 지급 등 각종 복지, 행정, 금융 서비스를 결합한 서울시만의 모바일 혁신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에 선보일 플랫폼을 통해 상품권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크게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 행정혁신 서비스를 장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상품권 발행수수료를 20% 가량 낮춰 예산 절감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모는 대형 금융사와 빅테크, 공기업 등 기업들의 수주 경쟁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5대 금융그룹이 모두 군침을 흘리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이 각 카드 계열사와 공동으로 공모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30만명에 달하는 기존 상품권 이용자 뿐 아니라 잠재 수요가 크기 때문에 신규 고객 유치와 새로운 영역 확대를 위해 이번 공모사업은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카카오와 토스, KT, 네이버 등 핀테크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씨카드, 티머니, 코나아이, NICE정보통신, 비즈플레이 등 카드사·전자금융업체들과 한국조폐공사 등 공기업들까지 줄잡아 10~16개 기업들이 공모 참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밑에선 은행과 핀테크 기업 등간 합종연횡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결제 안전성 등을 고려해 은행을 포함한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 사업에 참여를 결정한 한 기업 관계자는 "국내 최대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라며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를 잡아 공모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 매출 증진과 소비 촉진을 위해 지난해 초 도입됐다. 발행액의 7~10%를 할인 판매하고 이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으로 보전해준다. 서울사랑상품권은 지난해부터 올 11월까지 1조7676억원 발행됐다.

서울시는 이번주중 사업자 공모절차를 마치고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내년 1월에는 시스템 시범운영과 상품권 판매를 개시한다는 목표다.

하수정/정지은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