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종합병원들, 병상 부족·의료인력 소진·일반환자 의료공백 우려
"병동 전체 살얼음판"…정부 "아직 여력있어, 비상계획 발표 수준은 아냐"
코로나 중증환자 500명 육박…의료계 "이미 병상 '만실' 상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가 500명에 육박하면서 의료 체계의 대응 여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앞서 정부는 '감염병 전담병원의 병상 가동률이 7일 이동평균 60% 이상일 때' 경고를 내리고,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이 75% 이상일 때'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을 일시 중단하는 '비상계획'을 실시할 수 있다는 예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후 코로나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계속 이어지고 위중증 환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제시한 기준치를 조만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서는 병실이 이미 포화 상태에 달했고, 의료인력 고갈 문제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 위중증 환자 500명 육박…수도권 중증병상 가동률 76.1%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6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 수는 495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이후 또다시 최다치를 기록했다.

400명대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나타내던 위중증 환자는 전날 하루에만 24명이 늘어 직전 최다 기록이었던 지난 13일의 485명을 넘어섰다.

최근 1주일간 적게는 하루 2명에서 많게는 24명씩 위중증 환자가 늘고 있는데,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위중증 환자 수도 곧 500명선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하면서 확진자 급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한 바 있고, 위중증 환자 역시 500명 정도까지는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500명' 기준에 육박한 것이다.

위중증 환자가 계속 증가하면서 병상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환자가 집중된 수도권의 경우 중증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은 76.1%로 '비상계획' 발동 기준인 75%를 이미 웃돌고 있다.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 4개 중 3개 이상이 사용 중인 셈이다.

전국 기준으로도 61.7%(1천127개 중 695개 사용)에 달해 여력이 충분한 상황은 아니다.

또 중증에서 상태가 호전되거나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준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전국 기준 62.4%(455개 중 284개 사용)이다.

중등증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 가동률은 전국 기준 60.9%(1만85개 중 6천146개 사용), 무증상·경증 환자가 격리 생활을 하는 생활치료센터 가동률은 49.0%(1만7천951개 중 8천798개 사용)다.

이에 더해 현재 재택치료를 받는 코로나19 환자는 총 4천165명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천934명, 경기 1천799명, 인천 169명, 대구 58명, 강원 56명, 충남 54명, 부산 42명, 경남 22명, 충북·전북 각 9명, 대전 6명, 제주 5명, 경북 2명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위중중 환자가 500명이 넘는다고 해도 현재 의료체계에서는 감당이 가능한 범위라고 설명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현재 진행 중인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을 멈추고 '비상계획'을 발표해야 할 상황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며 "수도권의 경우, 중환자실 가동률이 올라가고 있지만 타지역 이송이 가능하고, 대규모 유행보다는 고령층·특정 시설 중심으로 유행이 진행되면서 위중증 환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중증환자 500명 육박…의료계 "이미 병상 '만실' 상태"
◇ 정부는 '여력있다'지만…일선 병원들은 아우성
하지만 일선 병원에서는 이미 의료 체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정부가 최근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자 두차례의 행정명령을 통해 급한 대로 추가 병상 확보에 나섰지만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치료할 의료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병상만 확보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기존 병상과 의료인력을 코로나19 환자용으로 투입할 경우 다른 일반 중환자 치료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날 정부가 소집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장 긴급회의에 참석한 정혜민 서울대병원 재난의료본부 담당교수는 "병상 가동률이 70%라고는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실상 '만실' 상태"라며 "응급중환자실과 소아중환자실 병상을 줄여 인력을 투입하고 있어서 의료진들이 심각하게 소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금 병원에서 항암 치료나 수술 등이 밀리고 있어 병동 전체가 살얼음판"이라며 "의사 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부족해 사기도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성모병원의 한 관계자도 "기존 중환자실과 인력과 비용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중환자 진료에도) 부담이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중환자를 보는 인력은 일반 병상의 4∼5배가 필요하기 때문에 병상을 마련하려면 기존 병동을 '감염 통제 병동'으로 개조하는 별도의 공사도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중증병상 1%를 추가로 확보하라는 예비명령도 내려와서 앞으로 전체 병상의 4%를 코로나 병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의료체계에 엄청난 부담이 온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전담 병상 20개 중 85~90%를 이미 운영 중이다.

수도권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인 서울아산병원도 코로나19 중증환자 병상 41개 중 80% 안팎, 일반 병상은 거의 100%가 가동 중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흉부외과, 신경외과 수술을 받는 환자들은 중환자실을 거쳐서 일반 병상으로 가는데, 일반 중증환자 의료공백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결국 일반 중증환자, 암이나 심장 뇌혈관 질환 등 상급종합병원에서 원래 치료하던 환자들의 의료서비스가 지연되기도 한다.

병상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부의 병상 추가 확보 예비명령까지 시행하게 되면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 측은 실효성 있는 의료 인력 풀 지원을 위해 감염내과와 일반내과, 특히 호흡기 쪽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 중증환자 500명 육박…의료계 "이미 병상 '만실' 상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