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 발생 시 사업주뿐만 아니라 현장소장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가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던 한 채석장에서 2019년 5월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덤프트럭이 약 5m 높이의 토사 언덕 위에서 하역 작업을 하다가 뒤집혔고, 운전자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현장에는 트럭의 전도를 막을 수 있는 방지턱이나 작업에 대해 안내하는 신호수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형과 지반 상태를 조사해 반영한 작업계획서에 따라 작업이 이뤄져야 했지만 작업계획서도 작성되지 않았다.

A씨는 법정에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주의 의무는 사업주에게 부여된 것”이라며 자신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가 지정된 하역 장소가 아닌 곳에서 임의로 작업하다 사고가 났다”며 자신에게는 업무상 과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현장소장은 사업주를 대신해 현장의 안전관리 등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양벌규정에 따라 벌칙규정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양벌규정이란 범죄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피해자에게도 일정 부분 과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토사 언덕에서 하역 작업을 하는 것이 위험하다면 현장을 관리하는 회사 및 관리자가 위험 요인을 제거하거나 출입금지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서 안전성 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덤프트럭 운전기사는 지입차주이기 때문에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해자가 법적으로 근로자 지위에 있지 않다고 해서 업체 측의 안전조치 의무가 없는 것도 아니다”고 판시했다. 2심과 대법원도 이런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처벌을 확정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