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증가세 보이다 최다치 460명…"이번 겨울 혹독할 것"
정부, 추가 병상 확보…ECMO 33대·인공호흡기 60대 추가 도입 추진
위드 코로나 이후 심상치 않더니…위중증 환자 '역대 최다'(종합)
이달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방역체계가 전환된 이후 국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가 연일 심상치 않게 증가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0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가 460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8월 25일 434명을 뛰어넘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위중증 환자는 코로나19 확진 후 증세 악화로 자가 호흡이 어려워 고유량(high flow) 산소요법, 인공호흡기, 체외막산소공급(ECMO), 지속적신대체요법(CRRT) 등으로 격리 치료 중인 환자를 말한다.

◇ "예상보다 더 빠르게 악화"…82%가 60세 이상 고령층
위중증 환자 수는 9월 1일부터 이달 5일까지는 줄곧 300명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 6일 411명으로 67일 만에 400명대로 올라서더니 닷새 연속으로 400명대를 기록했다.

최근 일주일 추이를 보면 365명→382명→411명→405명→409명→425명→460명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확인할 수 있다.

'위드 코로나' 시행 일주일여 만에 코로나19 방역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위중증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코로나19 중환자 및 사망자 수, 감염재생산지수 등 여러 방역지표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주(10월 31일∼11월 6일) 일평균 위중증 환자 수는 365명으로 직전 주보다 32명(9.6%) 늘었다.

위중증 환자 460명 중 대부분인 82% 이상은 60세 이상 고령층으로 나타났다.

60대가 136명으로 29.57%를 차지하고, 70대는 130명(28.26%), 80세 이상은 115명(25.0%)이다.

이어 50대 35명(7.61%), 40대 26명(5.65%), 20대 2명(0.43%), 10대 1명(0.22%)이고 10세 미만 위중증 환자는 없다.

위드 코로나 이후 심상치 않더니…위중증 환자 '역대 최다'(종합)
방역당국은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에 따른 방역 완화로 전체적인 확진자 규모가 늘어나면서 특히 고령층 위주로 피해가 커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일찌감치 받은 백신 접종 효과가 시일 경과로 떨어지고 있는 데다, 추운 겨울철로 접어드는 등 계절적 요인도 겹쳤기 때문이다.

실제 60세 이상 고령층은 확진자 자체도 10월 마지막 주 2천944명에서 11월 첫 주 4천416명으로 늘었다.

고령층 중증화율도 9월 마지막 주 6.89%에서 10월 첫 주 6.60%, 10월 둘째 주 8.24%로 증가 추세다.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사망자는 전날보다 14명 늘어 3천명을 돌파(3천12명)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위중증 환자에 대한 의료적 대응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위중증 환자의 증가 속도가 중요하다"며 "특히 미접종 확진자의 규모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난 7개월간 미접종 확진자의 중증화율이 2.93%였던 것과 비교해 접종완료자의 중증화율은 0.56%로 낮았다.

위증증 환자가 가장 많은 80세 이상에서 미접종자 확진자의 중증화율은 27.41%, 접종완료자의 중증화율은 8.32%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손 반장은 "미접종 확진자 총규모의 증가세가 앞으로 위중증 환자의 증가 속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며 "이번 주와 다음 주의 상황과 전체 추이를 보면 향후 위중증 환자의 증감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 이후 심상치 않더니…위중증 환자 '역대 최다'(종합)
◇ 정부 "현 의료대응은 안정적"…전문가는 "혹독한 겨울" 경고
정부는 현 의료체계에서 위중증 환자 500명까지는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하지만 이달 1일부터 시행된 단계적 일상회복의 방역완화 효과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위중증 환자도 지금과 같은 증가세로 계속 늘어난다면 정부가 제시한 '500명선' 기준을 조만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역당국으로서는 중환자 치료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중환자 치료병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중증환자 전담 병상은 1천121개로, 이 가운데 57.2%인 641개가 사용 중이고 480개가 남아 있다.

전국적으로는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수도권은 중환자 병실 가동률이 더 높다.

서울은 345개 병상을 확보한 가운데 246개(71.3%)를 사용 중이다.

인천은 확보 병상 79개 중 58개(73.4%), 경기는 263개 병상 중 180개(68.4%)가 이미 차 있다.

수도권 상황이 정부가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 발동 기준의 예시로 제시한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 75% 이상'에 근접해 있는 셈이다.

위드 코로나 이후 심상치 않더니…위중증 환자 '역대 최다'(종합)
정부는 상황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일상회복 추진을 잠시 중단하는 비상계획을 발동할 예정이며 오는 16일 관련 방역지표를 공개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지난주 중환자와 준중환자 치료 병상을 추가 확보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 이어 중환자 치료 장비 확충에도 힘쓰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약 67억원의 예산을 들여 ECMO 33대와 인공호흡기 60대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장비 부족으로 중환자실을 확충하지 못한 의료기관의 신청을 받아 장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집단감염 발생으로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중인 요양병원·시설 등의 중증 환자 이송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개선할 뜻을 밝혔다.

손 반장은 "다수의 확진 환자가 있는 경우는 병원 전체의 코호트 지정보다는 확진 환자들을 외부로 빼내서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쪽으로 이송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은 지난해 겨울 '3차 유행'이 지나간 이후 감축해 놓은 상태여서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을 다시 늘리는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의 이런 조치에도 위중증 환자 증가에 따라 방역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전문가 예상이 나온다.

지난겨울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을 중심으로 한 3차 유행으로 중환자 병상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것처럼 올겨울에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겨울이 혹독할 것"이라며 정부가 아직 비상계획 기준을 마련하지도 않고, 현 의료체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등 대처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위중증 환자 발생은 예상된 부분이다.

위드 코로나 영향으로 증가세에 가속도가 붙었다"며 "신규 확진자 수와 위중증 환자 수 증가에는 1∼2주 차이가 나는데, 신규 환자 수 증가 추이를 보면 중환자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드 코로나 이후 심상치 않더니…위중증 환자 '역대 최다'(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