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법원·검찰 청사도 내쳤는데 도청사만 왜"…시민 공감대 얻을까
타시군 반발 예상…"내년 지선 정쟁화·논란 확산 차단 필요"

9일 이재수 춘천시장이 강원도청사 이전·신축 부지로 옛 미군 기지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정쟁으로 지지부진한 도청사 이전 문제가 새 국면을 맞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적한 과제도 적지 않다.

강원도청사 캠프페이지 이전 '산 넘어 산'…"공원 활용한다더니"
이 시장은 이날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도청 청사를 옛 캠프페이지 내 창작종합지원센터 예정 부지(6만여㎡)로 이전·신축하자는 허영(춘천·철원·화천·양구갑) 국회의원의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

이 시장은 "창작종합지원센터를 조성하기로 한 6만㎡의 예정 부지에 도청사 신축 부지를 대체하는 시설 변경에 해당하는 만큼 기존 공원 조성 계획에는 차질이 없고 시민복합공원의 원형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의 도청 터는 조선시대 말 임금이 유사시 머무를 수 있도록 설계된 궁궐인 이궁 터이자 1896년 강원도청이 자리한 곳"이라며 "이궁 등 역사문화자원으로 복원해 춘천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겠다"고 도청 터 활용 방안도 내놨다.

강원도도 캠프페이지 내 창작종합지원센터 부지와 현 도청 부지를 맞교환하는 방식의 이전·신축을 큰 틀에서 동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청사 캠프페이지 이전 '산 넘어 산'…"공원 활용한다더니"
◇ "별도의 공청회는 없을 것"…"춘천시·법원·검찰도 못 갔는데 도청사만"
도청사 이전·신축이 금방이라도 급물살을 탈 것만 같지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이다.

캠프페이지는 2005년 3월 미군 부대 폐쇄 이후 2009년 9월 환경정화작업을 거치면서 도심 알짜배기 땅으로 변모했다.

이를 놓고 지역사회는 '개발이냐, 공원화냐'를 놓고 십수 년째 갑론을박을 벌인 끝에 2019년에야 시민문화공원으로 활용 방향을 정했다.

하지만 도청사 이전·신축 부지수용 결정은 지난한 시민 숙의 과정을 거쳐 정한 시민 공원 원칙과는 방향을 다소 달리하는 것 아냐나는 지적이다.

특히 이 결정을 전후해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기로 해 시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캠프페이지로 이전·신축을 원했던 여러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그동안 춘천시청사는 물론 춘천지법·지검 등 여러 공공기관이 미군 기지 내 부지로의 이전·신축을 원하면서 가능성을 여러 차례 타진하고 협상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춘천시의 시민 복합 공원화 원칙에 모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춘천시가 소유한 캠프페이지는 2019년 54만4천㎡로, 도시관리계획상 문화공원으로 지정됐다.

대부분 공원이지만 도청사 이전 부지로 거론되는 창작종합지원센터 터만 시설물이 들어선다.

이 터를 도청사 이전·신축 부지로 전격 수용하면서 그동안 캠프페이지를 노렸던 여러 공공기관과의 형평성이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강원도청사 캠프페이지 이전 '산 넘어 산'…"공원 활용한다더니"
◇ 도청사 유치 나섰던 시군 반발…"내년 지선 정쟁화 대상 안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격 이뤄진 이번 결정으로 도청사 이전·신축 부지가 춘천 도심으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도청사 유치에 나선 시군의 반발이 예상된다.

원창묵 원주시장은 앞서 지난 3일 "18개 시군, 156만 도민 모두와 직접 관련이 있는 사안인 만큼 시장·군수, 시군의회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도청 이전 부지 선정 기준과 절차, 재원 대책에 대해 깊이 있는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3선인 원 시장은 내년 지선 강원도지사 후보로 거론된다.

원주시를 비롯해 강릉시, 태백시, 삼척시, 횡성군, 평창군, 영월군, 정선군 등 8개 시군 번영회에서도 도청 이전의 공론화를 요구했다.

이에 이재수 춘천시장은 "도청 이전 문제가 지역 간 경쟁으로 번지고 지역과 도민 갈등이나 정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어 논란을 신속히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며 도청 이전·신축 부지 결정의 빠른 정책적 결단이 필요했던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도청사의 타지역 이전 문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역 간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도와 협의를 통해 더는 논란이 확산하지 않도록 확실히 매듭짓겠다"고 덧붙였다.

강원도청사 캠프페이지 이전 '산 넘어 산'…"공원 활용한다더니"
◇ 5가지 전제 조건·3천89억원 재원 확보 관건…2025년 첫 삽 예상
다만 이 시장은 도청사 이전 부지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5가지 전제 조건을 내세웠다.

이는 시민복합공원의 원형 유지, 행정타운이 아닌 도시 숲 청사, 다양한 공연·전시가 가능한 문화복합기능 수행, 레고랜드와 명동 등 구도심 일대 상권과 연결고리 역할을 갖춘 랜드마크적 건축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조건은 캠프페이지가 분단과 한국전쟁의 상징적 공간인 만큼 신축 청사는 평화특별자치도 청사로서 평화통일시대에 대비, 신북방 정책의 거점도시로 도약하는 춘천시의 상징공간이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청사 이전·신축 재원 마련이다.

도는 건립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내년 50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기금을 적립해 2027년까지 총 3천89억원의 건립기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강원도의회에 '신청사 건립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안'을 제출했다.

이 조례안은 오는 19일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다.

다만 도청사 이전·신축 부지 맞교환에 대해 강원도는 현재가치로, 춘천시는 미래가치로 교환할 것을 요구하는 등 차이를 보여 양 기관의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도청사의 캠프페이지 이전·신축 논란과 남은 과제가 순조롭게 해결된다면 신청사는 2025년 착공 후 2027년 완공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