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징계 정당 판결에 수사 착수"…고발사주 의혹과 사건 맥락 유사
검찰은 올해 2월 무혐의 처분…"수사 기정사실화, 정치적 오해 불러" 지적도
'판사사찰' 꺼낸 공수처, '尹 무혐의' 검찰 결론 뒤집기 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재판부 분석 문건,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윤 후보를 입건하면서 또다시 공세에 나섰다.

법원이 지난달 윤 후보의 징계 불복 소송 재판에서 징계가 정당했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이 문건 작성에 위법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 점이 직접 수사의 근거가 됐다는 게 공수처 측 설명이다.

다만 윤 후보 관련 사건이 쌓여가는 상황에서 검찰이 한 차례 무혐의로 결론 낸 사건을 공수처가 다시 손을 대며 스스로 정치적 논란을 키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윤석열 징계 판결 영향…고발사주 의혹 사건과 일맥상통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후보는 검찰총장 재직 시절 수사정보정책관실에 재판부 분석 문건을 작성하고 배포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고발됐다.

주요 사건 재판부를 분석한 이 문건에는 '우리법연구회 출신',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 등 판사에 대한 신상정보와 평가가 담겨 논란이 됐다.

공수처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고발한 이 사건을 접수해 검토하다 지난달 14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입건을 결정했다.

공수처는 "윤 후보 징계처분 취소소송 1심 선고 후 판결문을 분석·검토한 결과 직접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경선 과정에 영향이 없도록 11월 5일 경선이 끝난 후 고발인 측에 입건 사실을 통지했다"고 설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시절 위법하게 수집된 개인정보를 토대로 작성된 문건을 보고받은 뒤, 이를 반부패·강력부 및 공공수사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해 검찰청공무원행동강령·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판사 사찰 문건 의혹이 이미 수사 중인 고발 사주 의혹과 맥락이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대검의 참모조직이 정치적 목적에 동원됐다는 취지에서다.

두 사건은 핵심 주체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고, 손준성 당시 수사정보정책관과 성모 당시 수사정보2담당관이 연루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 판사 사찰 의혹도 고발 사주 수사팀의 주임 검사인 여운국 차장이 맡게 돼 두 사건의 수사는 유기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공수처는 윤 후보 외 한동훈 검사장 등 나머지 피고발인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 이후 입건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판사사찰' 꺼낸 공수처, '尹 무혐의' 검찰 결론 뒤집기 시도
◇ 검찰선 무혐의 결론…"정치적 오해 부를 우려" 지적도
윤 후보의 판사 사찰 의혹은 검찰이 올 초 한 차례 무혐의 결론을 낸 사건이라는 점에서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고검은 작년 2월 "사건관계인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성립 여부에 대해 다수 판례를 확인하는 등 법리검토를 했으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판사 사찰 의혹을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

법원 또한 윤 후보의 징계 불복 소송에서 윤 후보가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인정했으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선 별다른 판단을 내리지 않았고, 아직 2심 절차도 남아있다.

더구나 법원의 판단은 총장 시절 윤 후보에게 징계 사유가 있는지를 따진 것이지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심리한 것은 아니어서 공수처로선 검찰의 무혐의 처분 논리를 뛰어넘는 수사 결과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이 사건 이전에 이미 윤 후보와 관련해 3건의 사건을 입건해 수사 중인 공수처는 아직 어떠한 결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 수사 의혹은 사실상 진행 상황이 드러난 적 없고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도 조남관 전 대검 차장 조사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공수처가 총력을 쏟는 것으로 보이는 고발 사주 의혹 수사는 지난 5일 대검 감찰부 압수수색 이후 이른바 '하청 감찰'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공수처가 판사 사찰 의혹으로 윤 후보를 입건한 것은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기존에 진행 중인 사건을 수사하기에도 벅찬 인상을 주는 공수처가 이제 막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윤 후보를 입건한 사실을 공개하며 그를 겨냥한 4번째 수사를 기정사실로 한 것은 수사의 의도를 의심하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공수처가 입건한 윤 후보 관련 사건 4건은 모두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고발로 시작됐다.

사세행은 이날도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관련해 표적 수사를 했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