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부가 영장 없이 공용폰 확보하자 공수처는 일주일 뒤 압수수색
고발사주 수사 난항 속 '교감' 의혹에 언론사찰 논란도…공수처 "근거 없는 억측"
尹 총장 때 대변인 휴대폰 공수처 넘긴 대검…'하청감찰' 논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대검 대변인이 쓰던 공용 휴대전화를 최근 대검 감찰부가 임의제출 받아 포렌식 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감찰부는 '고발 사주' 및 '장모 대응 문건' 의혹과 관련한 감찰 목적으로 포렌식 했다는 입장이지만, 공수처가 일주일 만에 이를 압수수색 형식으로 가져갔다는 점에서 사실상 공수처의 '하청 감찰', '주문형 감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 감찰부는 지난달 29일 대검 대변인의 공용 휴대전화를 영장 없이 임의제출 형태로 압수했고, 이달 5일 공수처는 대검 감찰부 압수수색을 통해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감찰 자료를 확보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휴대전화 압수수색 절차를 피하고자 사실상의 '편법'을 썼다는 비판이 나왔다.

개별 영장을 발부받아 대변인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않고, 대검 감찰부의 감찰 자료를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대검이 포렌식 해놓은 자료를 우회해서 확보하는 방법을 썼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공수처는 이날 "특정 시점 이후부터의 감찰 자료 일체를 청구해 영장을 발부받았고, 대검 감찰부가 영장에 따라 넘겨주는 것을 받아왔을 뿐"이라며 자료 확보가 적법했다고 강조했다.

대검 감찰부는 이번 포렌식을 통해서는 "(대변인 교체 때 휴대전화가 초기화돼) 아무런 정보도 복원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로 유의미한 자료가 넘어오지 않았을 가능성을 짐작해 볼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대변인 휴대전화가 대검 감찰부에 제출된 지 7일 만에 공수처가 감찰부를 압수수색한 점에 비춰, 대검 감찰부와 공수처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의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9월 중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한 차례 대검 감찰부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고발 사주 의혹 및 장모 대응 문건 의혹에 관한 감찰 자료는 이미 필요한 범위에서 확보됐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대검 감찰부가 대변인 공용폰을 임의제출 받자 곧바로 공수처가 추가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점이 의문을 더 키우고 있다.

공수처가 고발사주 사건과 관련해 두 달간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이고도 대검 관계자들이 고발장 작성에 관여했다는 점을 입증할 단서를 찾기 어려워지자 감찰부와의 교감 속에 수사 단서를 찾아보려고 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이날 "공수처는 대검을 시켜 불법으로 포렌식 하도록 한 다음 감찰자료인 것처럼 꾸며 가져간 것"이라며 "헌법상 영장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고발 사주 주임 검사인 여운국 공수처 차장 등이 "강요,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위반 범죄를 저지른 만큼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대검 내부 상황을 알 수도, 알 필요도 없다"며 "대검 감찰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 넘겨받았을 것이란 보도는 아무런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말했다.

대검 감찰부의 이번 포렌식은 사용자였던 전직 대변인 등의 참관 없이 진행된 데다 감찰 명목을 내세우면서 사실상 공용폰으로 자주 통화했던 언론의 취재 활동을 살펴보려는 부적절한 시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시민단체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공용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는 과정에서 대검 감찰과장이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으면 비협조에 해당하며 이 역시 감찰 사안이라고 대변인을 압박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이날 감찰과장을 강요 및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고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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