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형량 무겁다는 주장 받아들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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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간 간호를 하던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40대 A씨가 1심에서 선고받은 실형이 파기돼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는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1993년부터 아버지 B씨를 간호했다. 함께 간호하던 어머니가 2019년 세상을 등진 이후엔 3명의 형제자매가 있었지만 A씨만 직장을 그만두고 아버지 간호를 도맡았다.

병세가 급격히 악화하던 B씨는 지난해 결국 스스로는 거동도 할 수 없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정도에 이르렀다. 이에 검찰은 이런 상황에서 A씨가 오랜 간호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지난 1월1일 자택 화장실에서 B씨를 폭행해 사망하게 했다며 존속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그러나 A씨는 사망한 부친의 몸에서 조사된 골절과 내장 파열 등은 의식을 잃은 아버지를 살리려던 과정에서 발생한 상해라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는 "사건 당시 이미 아버지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자신의 행위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자신도 상해를 가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고, 상해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될 뿐 아니라 피고인도 이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범행 2주 전쯤 지인들에게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토로한 점, 평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점 등을 고려할 때 범행의 동기도 있었다고 봤다. 다만 A씨가 다른 가족들의 외면에도 홀로 부친을 전적으로 간호·수발한 점, 유족들이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도 A씨의 유죄가 인정됐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법정 권고형의 하한보다도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버지가 의식을 잃자 처음에는 의식을 회복시키겠다는 생각에 유형력을 행사하다, 심적 고통과 원망이 겹치면서 우발적으로 그 유형력이 가해진 부위와 정도가 상당한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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