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코인 알아보는 세 가지 방법

사기공화국. 한국을 지칭하는 부끄러운 이름 중 하나입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일어나는 범죄는 절도지만, 한국은 다릅니다. 법무연수원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9년 한국에서 일어난 형법범죄 중 사기가 30.1%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절도(18.0%), 폭행(15.5%)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2019년에만 31만3593건, 매일 859건씩 벌어진 꼴이죠.

사기 범죄가 넘치는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들이 어떤 과정으로 사기 피해를 입는지, 나날이 진화하는 새로운 사기 수법은 무엇인지,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기꾼 피하기’ 연재의 첫 회는 다단계 사기 코인을 알아보는 법입니다.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면서 불법 다단계 코인 사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옥장판, 건강기능식품, 게르마늄팔찌 같은 상품을 취급하던 다단계 조직이 사기에 ‘코인’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암호화폐에 대해 잘 모르는 장년층과 노년층이 “안정적인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다단계 코인회사들의 감언이설에 속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제·보안 서비스 기업인 한국NFC 황승익 대표의 도움을 받아 사기 코인의 대표적인 특징 3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주변인이 투자를 권유한 코인이나 본인의 부모님이 투자하고 있는 코인에서 다음과 같은 특징이 보인다면, 사기 코인이 아닌지 꼭 의심해보셔야 합니다.
○“곧 거래소에 상장하면 폭등한다”
건강식품 다단계는 옛말…엄마들 이 수법에 꼼짝없이 당했다 [최예린의 사기꾼 피하기]

대다수 다단계 사기 코인 업체는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되기만 하면 코인 가격이 폭등한다”고 말합니다. 곧 상장되니 폭등 전 헐값일 때 코인을 빨리 사는 게 이득이라고 피해자들을 설득합니다. 이때 거래소는 코인 발행 업체와 결탁한 사기 거래소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난해 1월 사기 혐의로 징역을 선고받은 한 코인업체의 대표도 이같은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이 업체는 “영국의 금융 전문가 미스터 H에 의해 2015년 창안된 A코인은 비트코인보다 10배 빠른 전송속도를 보유하고 있다”며 “현재 개당 0.2달러인 코인 가치는 상장 후 1000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을 속였습니다. 이들은 2016년 5월부터 3년 동안 피해자 5696명으로부터 한화 267억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송금받았습니다. 서울 중앙지법은 지난해 1월 이 업체의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12억2000만원을 추징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또다른 B코인은 곧 코인이 나스닥에 상장될 것이라는 황당한 거짓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뉴욕 전광판에 해당 코인을 홍보하는 이미지를 투자자들에게 증거라며 제시했죠. 나스닥은 미국의 증권시장으로 코인 거래소가 아닐뿐더러, 전광판을 합성한 이미지는 상장의 증거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사람을 데려오면 수당을 준다”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추천 수당을 준다는 것도 다단계 코인 업체의 흔한 수법입니다. 지난 4월 기자가 방문한 C코인 업체의 설명회에서도 이런 수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투자자가 또다른 투자자를 데리고 오면 이른바 ‘소개 보너스’ 명목으로 투자금의 10%를 줍니다. 데려온 사람이 투자금을 입금하면 해당 금액의 1%를 소개한 사람에게 추가로 지급합니다.

기존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일정 금액을 보상해준다”고 유혹하는 것은 전통적인 다단계 판매의 수법입니다. 일정 기간 약속된 이자를 지급하다가 투자원금을 들고 잠적하는 것도 기존 다단계 판매와 같은 방식입니다.

이런 다단계 수법 때문에 피해자들은 피해를 인정하고 신고하기 더 어려워집니다. 자신이 믿던 사람이 투자를 권유했기 때문입니다. 또 피해자 자신도 주변인들에게 투자를 권유했기 때문에, 피해를 인정하는 순간 자신도 가해자가 됩니다.

경기 평택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김모씨(49)도 다단계 수법으로 'D토큰'이라는 암호화폐에 투자했습니다. 김씨는 직장에서 평판이 좋던 한 동료의 소개로 D토큰에 240만원을 투자했습니다. 직장에서 이 코인에 투자한 중장년 여성만 4명입니다. 김씨는 “다른 직장 동료는 아직도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코인을 소개한 사람이 암호화폐로 10억원을 번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안목을 믿는다고 한다”고 했습니다.

황승익 한국NFC 대표는 “다단계 코인 사기의 경우 피해자가 지인들에게 해당 코인을 추천한 경우가 많다”며 “사기임을 인정하면 지인들과의 관계가 모조리 망가져버리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부정하고, 신고를 설득해도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코인을 '락업'해 못 팔게 한다
상장폐지를 발표한 직후 패스토큰의 시세 그래프. 급격한 하락에 그래프가 흡사 폭포 모양을 그렸다.

상장폐지를 발표한 직후 패스토큰의 시세 그래프. 급격한 하락에 그래프가 흡사 폭포 모양을 그렸다.

사기 업체들은 투자자들의 코인을 ‘락업’(보호예수)합니다. 상장 후 6개월~1년 등 일정 기간이 지나야만 팔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락업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락업은 원래 주식시장에서 쓰이는 용어로, 주식이 상장된 후 일정기간 주식 매매를 금지하는 행위입니다. 상장 전부터 지분을 가지고 있던 투자자나 기관들의 주식이 상장하자마자 주식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죠.

문제는 사기 코인 업체들이 피해자들의 투자금을 ‘먹튀’하기 위한 수단으로 락업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상장 직후에는 거래소와 결탁해 시세조종으로 가격이 수백배씩 뛰게 만듭니다. 투자자들은 기대를 품게 되지만, 이때는 락업 기간이라 수익을 실현할 수 없습니다. 이후 가격이 급락해도 개인 투자자들은 락업 때문에 ‘손절’ 할 수도 없습니다.

김씨가 투자한 D토큰도 상장 직후 7일간 1578% 상승했습니다. 50원에 상장한 코인이 800원대까지 올라 간 겁니다. 하지만 시세조종 세력이 빠져나가면서 상장가보다도 낮은 30원대로 주저앉았습니다. 김씨는 “처음에 800원대까지 올라가는 걸 보고 약속이 지켜진다고 생각했다”며 “이후 급락을 보고서는 속이 탔지만 락업 때문에 팔 수도 없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지난 9월 D토큰은 상장폐지 됐습니다.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의 락업이 해제되기도 전이었습니다.
○그래도 헷갈린다? ‘백두산’ 방문하세요
건강식품 다단계는 옛말…엄마들 이 수법에 꼼짝없이 당했다 [최예린의 사기꾼 피하기]

그래도 내 코인이 사기인지 헷갈린다면, 투자사기 피해 사례가 모여있는 네이버의 ‘백두산’ 카페에 방문해보시길 권합니다. 2조원대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인 브이글로벌부터 수많은 사기 피해 사례가 모여있습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