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변경·임대주택 비중 감소 의혹…'대장동도 벅차' 회의론도
대장동 이어 위례·백현동까지…범위 늘어나는 검찰 수사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면서 비슷한 시기 진행된 다른 개발 사업 관련 자료도 가져간 것으로 파악됐다.

새로운 의혹들이 계속 제기되면서 검찰이 수사해야 할 범위도 점차 커지는 모양새지만, '본류'인 대장동 수사가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다른 의혹들까지 살펴보기는 힘들 것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달 여러 차례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면서 대장동과 위례신도시뿐만 아니라 백현동 개발 사업 관련 자료도 확보했다.

백현동 사업은 백현동 516 일원 11만1천265㎡ 부지에 아파트 15개 동 1천223가구 규모로 이뤄졌다.

당초 이 부지는 전북 완주군으로 이전한 한국식품연구원 소유였으나 2015년 2월 부동산개발회사인 아시아디벨로퍼 등에 매각된 뒤 자연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나 상향돼 용도 변경됐다.

또한 사업 초기 전체 가구가 민간임대로 계획됐다가 2015년 11월 돌연 민간임대 비중이 10%(123가구)로 줄고, 일반 분양주택이 90%(1천110가구)로 대폭 늘었다.

야당은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동한 김인섭 씨가 2015년 1월 아시아디벨로퍼로 영입된 뒤 급속히 사업이 진척됐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용도변경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고 70억원을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성남시의회 야당 의원들은 백현동 사업에서 특혜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시의회 차원의 행정 사무조사를 추진 중이다.

감사원 역시 지난달 26일부터 백현동 사업과 관련한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정식 감사 착수를 검토 중이다.

시의회 차원의 행정 사무조사나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고발 형태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
대장동 이어 위례·백현동까지…범위 늘어나는 검찰 수사
한편, 검찰이 압수수색에서 백현동 관련 자료도 확보한 것은 대장동 뿐만 아니라 위례신도시, 백현동 사업 등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성남시 개발 사업 모두를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대장동 의혹 사건 수사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유사한 개발 비리 의혹을 조사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보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백현동 사업에서 임대주택 비중을 줄이고 일반 분양주택을 늘리는 개발계획 변경안을 이재명 당시 시장이 직접 결재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결재 라인을 따라가며 '윗선'의 관여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그동안 대장동 의혹 사건을 두고 검찰이 보여준 수사 속도나 성과에 비춰 보면, 다른 개발 사업 의혹까지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수사팀 출범 한 달 동안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1명을 구속기소 하는데 그친 만큼, 대선 국면 이전까지 대장동 관련 수사만을 마무리하기도 벅찰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검찰이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혐의를 입증할 정황 증거 등을 보강할 의도에서 다른 개발 사업을 비교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백현동 사업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