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윤석준 교수, 보건복지부 공청회서 진료지원인력 관리방안 제안
"환자 보호하고 의료계 혼란 줄이려면 기존면허 체계서 병원장 책임하에 운영"
복지부 "PA 직역 신설 추진안해, 모호한 업무 규정하려는 취지"
"진료지원인력, 업무·책임 병원별로 정해 불법요소 없애야"(종합)
의료기관별로 진료지원인력의 자격기준과 업무범위, 교육과정, 책임소재, 관리체계 등을 포괄하는 관리방안을 마련해 의료 현장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세브란스 빌딩에서 열린 '진료지원인력 정책방향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이런 내용의 진료보조인력 양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진료지원인력을 '의료기관에서 보다 질적으로 향상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진료 의사의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운영하는 인력'이라고 규정했다.

의료계에서 진료지원인력은 의사의 의료행위에 참여해 진료와 검사, 치료, 수술 등을 돕는 인력을 뜻하며, 보통 'PA'(Physician Assistant)로 불린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PA 직역이 별도로 존재하지만, 국내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주로 간호사가 PA 역할을 하고 있어 불법 의료행위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윤 교수는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 방안'에서 "진료지원인력의 법적 불안 문제를 해소하고 환자 안전을 보호하며, 직종 간 혼란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가 필요하다"며 "기존 면허체계 범위 내에서 의료기관장의 책임하에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시된 방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의료기관은 진료지원인력의 무분별한 활용을 제한하고 무면허 진료행위나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논란을 줄일 수 있도록 진료지원인력의 자격기준, 업무범위, 교육, 책임소재, 관리체계 등을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관리운영체계를 수립하고, 진료지원인력 팀 단위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진료지원인력 관리를 위해 최소 연 1회 이상 기관별, 진료과별 교육을 수행하고, 이때 진료과는 구체적인 업무 내용과 직무기술서를 마련해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의사는 전문 자격을 갖춘 진료지원인력에만 업무를 위임하고, 이때 위임되는 업무는 진료상 하위 보조활동임을 명시해야 한다.

위임된 업무에 대한 의사의 감독 및 주의 의무도 문서화하고, 진료지원인력의 임상 행위에 대한 책임 소재도 상황별로 구체화한다.

윤 교수는 "미국, 영국, 캐나다의 경우 공인된 진료지원인력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공인된 국가자격인증시험과 면허제도가 정착됐고, 원칙적으로 의사의 감독이나 지도하에 지정된 업무를 위임받아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업무를 수행한다"면서 "특히 의사의 감독·지도의무, 진료지원인력의 책임·업무범위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안 마련을 위해 김가은 계명대 교수가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4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상 의료기관의 73%는 PA와 관련한 별도의 위원회나 운영체계를 마련하지 않았고, 68%는 관련 규정도 없었다.

또 대부분은 PA 인력에게 병원 내 동일 면허·자격 인력과 동일한 처우를 하고 있었다.

이번 방안은 보건복지부가 발주한 연구용역의 중간 결과물이다.

류근혁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공청회에서 "정부에서 진료지원인력의 업무 범위를 정하려는 것은 면허 범위를 벗어나는 의료행위를 합법 영역으로 만들려는 것은 아니며, 업무 영역이 정확하지 않은 사각지대를 규정해 의료현장의 혼란과 불법 소지를 없애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의견을 수렴해 진료지원인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공의가 없거나 부족한 중환자실, 내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에서는 간호사가 이른바 PA로 활동하고 있다.

간호협회는 이들 간호사의 의료행위가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로 간주되는 것에 대한 대책을 촉구해왔고, PA 간호사 양성화·합법화 논의도 이어져 왔다.

서울대병원은 PA를 '임상전담간호사'(CPN)로 두고 의사의 지도 및 감독하에 업무를 보조하게 하는 양성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PA 등으로 불리는 별도의 직역 신설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간호정책과 관계자는 "현행 면허에 어긋나는 불법적인 의료행위는 해서 안 되고, 그간 현장에서 구분이 모호한 업무를 정확하게 구분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도 이와 관련해 "고도의 의학적 판단이나 기술이 필요한 의료행위는 원칙적으로 의사가 해야 하며, 진료보조나 위임 가능한 행위는 의사의 분명한 감독이나 지시하에 수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