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단체 비롯해 시민사회·노동·교육·법조·정치계 잇단 성명
'노태우 국가장' 결정에 광주 각계각층 유감 표명(종합)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대해 5·18 단체를 비롯한 광주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변호사 단체에서 잇따라 유감을 표했다.

5·18 기념재단과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27일 성명을 내고 "한 사람의 죽음을 조용히 애도하면 될 일이었다"며 "헌법을 파괴한 죄인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씨는 신군부 실세로서 광주 시민과 국민에게 단 한 번도 직접 사죄하지 않았다"며 "2011년 펴낸 회고록에서는 5·18에 대해 '광주시민들이 유언비어에 현혹된 것이 사태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국민 통합, 화해와 용서는 온전한 반성과 사죄를 전제로 가능하다"며 "학살자들은 시민들에게 사과한 적 없고, 우리 시민들 또한 사과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광주 시민단체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노씨는 대통령이기 전에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고 군대를 동원해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반란의 수괴"라며 "이런 노씨가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어서 국가장의 대상이 되는지 문재인 정부에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씨에 대한 국가장 결정은 아직 미완성인 5·18의 진실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 의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진실을 왜곡하고 끝내 참회하지 않은 학살자들에게는 면죄부를 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광주 시민사회는 이번 노씨에 대한 국가장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당장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광주 진보연대도 "5월 학살의 핵심 범죄자에 대한 역사적 단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장의 예우는 있을 수 없다"며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은 국민들이 피 흘리며 지킨 민주주의와 정의를 짓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태우는 죽더라도 5·18 진상규명은 계속될 것"이라며 "41년간 광주와 국민 앞에 사죄와 참회의 기회를 저버리고 영원히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노씨를 거울삼아 전두환 등 나머지 신군부 세력들은 더 늦기 전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민주주의를 갈망하던 국민을 살육하고 민주주의의 피를 흡혈한 범죄자에게 국가장이라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열사들의 한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는 지금, 유가족의 가슴에 쌓인 한도 해결되지 않은 지금 역사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전교조 광주지부 역시 "5·18 민주화운동 가치와 중요성을 배운 학생들이 쿠데타와 내란, 광주학살의 주범이 국가장으로 예우받는 상황에 대해 질문할 때 이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나"라며 "교사로서, 기성세대로서 자라나는 민주시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도록 국가장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역시 "정부가 나서서 노씨를 예우하는 것은 역사적·사법적 평가가 끝난 5·18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선택"이라며 "올바른 기준 없이 정치적 필요를 좇는다면 전두환 씨에 대해서도 똑같은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역사적 범죄자에 대한 예우 필요성을 검토하는 것과 같은 무익한 노력을 더는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광주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노씨는 명백한 5·18 학살 주범 중 한 명일 뿐"이라며 "진심 어린 사죄와 참회가 없는 학살 책임자를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르면 후손들에게 민주주의와 정의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국민과 민주열사의 헌신적인 피로 만든 대통령 직선제가 노태우의 시혜인 양 호도되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잠들어 있는 그들 앞에 노태우의 국가장은 그저 호사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진보당 광주시당도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권력을 찬탈한 자에게 공과 운운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국가장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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