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예정된 남양유업 주주총회에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이번 결정은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와 홍 회장 간 남양유업 매매계약이 유효하다는 것을 인정한 첫 번째 판결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송경근)는 한앤코19호 유한회사가 홍 회장과 부인 이운경 고문, 손자 홍승의 군을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홍 회장과 이 고문, 홍군은 29일 열리는 남양유업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하는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주식매매계약상 거래종결일은 지난 7월 30일 오전 10시로 확정됐고, 홍 회장이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한 통지는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주식매매계약은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홍 회장이 이를 방해하는 행위는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은 4월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발표를 했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허위광고라며 남양유업을 고발했다. 이 사건의 여파가 커지자 홍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7%를 한앤코에 3100억원에 매각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8월 홍 회장은 경영권 매각을 위한 주주총회를 미뤘고, 한앤코는 계약 이행 지연과 무리한 요구 등을 이유로 소송을 냈다. 홍 회장 측은 9월 “한앤코가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고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한앤코와 맺은 지분 매각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홍 회장은 임시주총을 소집했다.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을 새로 선임하는 게 안건이다. 이사회를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로 재구성해 경영권 매각을 막겠다는 의사표시였다.

앞서 재판부는 홍 회장 일가의 주식 매매를 금지하는 가처분 소송을 인용한 바 있다. 홍 회장 일가가 한앤코가 아닌 제3자에게 지분을 팔지 못하도록 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계약 유효’를 명시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쉽게 인용을 내주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양측의 주식매매계약이 여전히 살아 있다고 볼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한앤코 관계자는 “홍 회장이 주식매매 계약에 따라 한앤컴퍼니에 남양유업 주식을 양도할 의무가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이라며 “홍 회장 측이 이제라도 계약을 즉시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오현아/민지혜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