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사랑의열매

지난해 역대 최대 모금
코로나 위기에도 8461억 모여
기초생계지원, 교육·자립지원 등
7534억원 어려운 이웃에 전달

개인 기부자도 역대 최다
소액 정기 착한가게, 착한가정
팬클럽 등 단체기부 나눔리더스클럽
연간 100만원 이상 나눔리더 등
개인 기부 프로그램 다양
사진=신경훈 기자

사진=신경훈 기자

찬바람이 불수록 붉은 빛깔이 더 선명해지는 열매가 있다. 바로 ‘사랑의열매’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상징인 이 열매는 매년 겨울 전국에 세워지는 ‘사랑의 온도탑’과 함께 시민들의 온정을 보여준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사랑의열매에 모인 연간 모금액은 역대 최대인 8461억원을 기록했다. 이어령 선생은 “바람은 자꾸 추워지고/길은 얼음으로 위태로운 한겨울에도/자꾸만 높은 눈금으로 올라가는/온도계가 있다”(이상한 온도계)고 썼다. 추울수록 따뜻해지는 사람들의 마음이 사랑의열매와 사랑의 온도탑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
나·가족·이웃의 상징
사랑의열매는 국민의 성금으로 마련된 재원을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관리·운용하기 위해 1998년 만들어진 사회복지법인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근거를 두고 있고 보건복지부의 지도와 감독을 받는다.

이 단체의 상징인 사랑의열매의 기원은 그보다 3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 초반 수재의연금을 모금하면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첫 기록은 1966년 전국재해대책협의회에서 홍수 이재민 돕기 모금이다. 그해 5월을 ‘재해구호의 달’로 선정해 사랑의열매 달기 운동을 범국가적으로 진행했고, 육영수 여사가 사랑의열매 배지를 달고 모금행사에 나서면서 알려지게 됐다.

1970년대 들어 모금활동이 민간에서 정부 주도로 넘어가고, 사회복지기탁금 관리 규정이 만들어지면서 사랑의열매 사용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1991년 이웃돕기운동추진협의회가 결성되면서 복지부와 함께 연말 불우이웃돕기 캠페인의 상징으로 다시 등장했다.

사랑의열매는 2001년 브랜드정비(CI) 작업을 통해 현재 모습으로 완성됐다. 이후 연말연시 이웃사랑을 상징하는 대표 나눔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사랑의열매의 빨간 열매 세 개는 각각 나, 가족, 이웃을 상징한다.

열매의 빨간색은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진 줄기는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뜻을 갖고 있다. 나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자는 나눔의 의미를 담은 셈이다. 다른 나라의 공동모금회도 고유의 상징물을 갖고 있다. 일본 공동모금회의 경우 ‘붉은 깃털(아카이 하네)’을, 미국 공동모금회는 ‘손과 무지개’를 상징으로 사용 중이다.
코로나19에도 역대 최대 모금
사랑의열매의 역할은 개인과 기업 등의 기부금을 재원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지원 사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분야는 기초생계 지원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저소득 가정 생계비 지원사업, 취약계층 밑반찬 나눔사업, 독거노인 월동기 방한 물품 지원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홀로서기가 필요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자립 지원도 하고 있다. 장학금과 교육비 지원사업, 직업훈련과 자립생활 기술교육 지원, 언어와 문화 이해교육 지원 등을 통해 자립 역량을 높이고 있다.

취약계층이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시설 개보수와 집수리, 냉난방 기기 설치와 비용 등을 지원하고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사업, 희귀난치질환 지원사업 등을 통해 이웃들의 건강한 삶을 돕고 있다.

그밖에도 어린이, 장애인, 노인, 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게 지역사회에 안전 보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문화 참여 기회 확대를 통해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해 1년 동안 사랑의열매는 역대 최대 금액인 8461억원을 모금했다. 이 가운데 7534억원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됐다. 가장 규모가 큰 분야는 기초생계 지원으로 3386억원을 썼다. 그밖에도 보건·의료 지원(1480억원), 교육·자립지원(864억원), 사회적 돌봄 강화(662억원), 주거·환경 개선(563억원), 심리·정서지원(299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개인 기부자 100만 명 육박
지난해 사랑의열매에 기부한 개인 기부자수는 97만2583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개인의 기부금 비중은 지난해 31.3%로 법인(68.7%) 대비 절반 수준이지만 기부자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18년 78만6624명, 2019년 83만1667명으로 2년 새 23.6% 증가했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을 돕기 위해 소액으로 기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사랑의열매는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자영업에 종사하며 매출의 일정액을 기부하는 ‘착한가게’와 가족 구성원이 함께 매달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착한가정’, 팬클럽·동창회 등 모임과 단체 이름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나눔리더스클럽’, 연간 100만원 이상을 기부한 ‘나눔리더’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아너 소사이어티’는 1억원 이상 일시기부 또는 5년간 약정기부를 한 고액기부자들의 모임이다. 이달 기준 2723명이 가입했다. 누적 약정금액은 2936억원에 달한다.

김상균 사랑의열매 사무총장은 “기부하는 마음을 갖는 건 상대를 배려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며 “기부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다면 사회 갈등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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