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사건 이튿날 오전 5시께 자택서 사망 추정…피해자와 동일한 독극물 검출
'생수병 사건' 당일 피의자 밤늦게 귀가…경찰, 퇴근길 행적 수사
서울 서초구의 한 회사에서 발생한 이른바 '생수병 사건'의 피의자가 사건 발생 당일 정상적인 시간에 퇴근하고도 귀가가 늦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당시의 행적을 수사하고 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피의자 강모씨가 사건 당일인 지난 18일 오후 5시37분께 다른 회사 직원 2명과 함께 정상적으로 퇴근한 뒤 곧장 관악구 자택으로 귀가하지 않은 채 밤늦게 귀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강씨는 이튿날인 19일 오전 5시께 자택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퇴근 후 자택에서 숨지기까지 약 12시간 동안 강씨의 행적을 살피고 있다.

이 시간 강씨의 행적은 사건의 경위를 밝히는 데 유의미한 것으로 여겨진다.

경찰은 강씨가 이 시간에 범행의 증거인멸을 시도하거나 극단적 시도를 결심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강씨가 퇴근 후 증거인멸을 위해 회사를 다시 찾았다는 보도가 일부 언론에 나온 데 대해서는 "수사 사안이라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사실관계와 다르다"며 말을 아꼈다.

강씨의 회사에서는 지난 18일 남녀 직원 2명이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생수병의 물을 마신 뒤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이튿날 강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경찰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숨진 강씨를 부검한 결과 피해 직원의 혈액에서 나온 것과 같은 독극물인 아지드화나트륨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강씨가 휴대전화와 노트북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연구용 시약 전문 쇼핑몰 사이트를 찾아내고, 범행에 쓰인 것과 동일한 독극물을 구매한 기록을 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피해 직원 2명 가운데 남성 직원이 지난 23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이 사건 발생 8일 전인 이달 10일에도 강씨와 과거 사택에서 함께 살았던 다른 직원이 탄산음료를 마신 뒤 쓰러지는 일이 있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미 입건한 강씨에게 살인과 살인 미수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강씨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 것도 경찰이 수사를 통해 풀어야 할 과제다.

강씨가 유서 등 범행 동기를 직접적으로 특정할만한 단서를 남기지 않고 사망했기 때문에 관련자 진술과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토대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강씨가 지방 인사 발령 가능성을 듣고 불만을 품었을 수 있다는 관계자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