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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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론이 뭐예요?"

주말을 뜨겁게 다룬 '설거지론'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궁금증을 표했다가 설명을 듣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진 교수는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설거지론'의 의미를 물으며 "나도 나이를 먹어서 이제 못 알아듣는 얘기와 표현이 늘어난다"고 적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한 '설거지론'이란 젊었을 때 여러 남성을 만나 연애를 즐기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남성과 결혼해 전업주부가 된 이른바 '취집(취업 대신 결혼)'한 여성은 물론 함께 사는 남성을 가리킨다.

가족의 경제를 책임지면서 ‘아내 의지에 따른 섹스리스’를 1년 이상 지속했으며 경제권이 없어 용돈을 타서 쓰는 남성들이 퇴근 후에는 설거지한다는 의미로 '퐁퐁남'이란 용어도 등장했다.

'설거지론'을 두고 20~30세대는 갑론을박을 벌였다. 심지어 '설거지론'에 충격받아 이혼을 결심했다는 확인할 수 없는 인증사진까지 게재되며 커뮤니티는 연일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 네티즌은 '설거지론'을 묻는 진 교수에게 "페미니즘에서 말하던 가부장제에 대한 의구심 그것의 남자 버전이다. 요즘 유부남들이 아내 눈치 보느라 게임기 하나 잘 못 한다는 우스갯소리 많이 하는데 거기서부터 시작된 밈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설거지론'은 연애 경험 많고 여성으로서 모든 지위와 권리를 다 누린 아내 탓을 한다는 것이라 여성 혐오적인 시각이 존재한다"고 했다.

진 교수가 '설거지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아...'라며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으면서 그의 기러기아빠 생활도 재조명됐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한 달에 600~700만 원 만져보지도 못하고 해외에 있는 아내와 어머니 용돈 등으로 송금한다"면서 "여름과 겨울에 함께 지낼 때 체류비에 여행비도 만만치 않다. 한번은 아내가 안 쓸 줄 알고 카드를 줬더니 170만 원을 긁어와서 그달은 라면만 먹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전업주부 여성에 대한 비방은 있었지만 '설거지론'이라는 이론과 유사하게 이름 붙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대부분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지 않은 대학생 사이에서 반응이 뜨겁다.

한 대학의 커뮤니티에는 '설거지론'의 요점에 대해 사랑 없는 결혼이 결국 문제라고 글이 올라와 공감을 얻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