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에서 서울대 출신 '조상우'로 나오는 배우 박해수(맨왼쪽). / 사진=한경DB
'오징어 게임'에서 서울대 출신 '조상우'로 나오는 배우 박해수(맨왼쪽). / 사진=한경DB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이 서울대 세계순위 상승이라는 ‘나비 효과’까지 가져올까.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란 관측이 나온다. 극중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조상우(박해수 분)가 서울대 출신 엘리트로 나오면서 세계적으로 서울대의 인지도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등장인물 관련 의미·맥락 해설 기사까지 낸 WP

미국의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오징어 게임’ 속 등장인물들 이름과 배경 등이 한국 사회에서 갖는 특수한 의미와 맥락을 설명하는 기사를 냈다. 자막이나 더빙만으로는 서구 등 여타 문화권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뉘앙스가 있다고 WP는 귀띔했다.

극중에서 조상우의 동네 형인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은 여러 차례 조상우에 대해 서울대 경영학과에 수석 입학했다고 거론하며 “쌍문동의 자랑”이라거나 “서울대(에 간) 천재”라고 언급한다. 드라마 속 생선 가게를 하는 상우 모친이 손님에게 “서울대 나왔어요, 경영학과”라고 자랑하자 대단하다는 듯 “어머, 서울대 경영학과요?”라고 되묻는 장면도 나온다.

WP는 ‘오징어 게임’ 해설 영상에서 “서울대에 진학해 경영학과를 졸업하는 것은 엘리트 지위를 갖는 출세의 발판을 상징한다”면서 “서울대는 한국의 3개 명문대 중 하나로 이들을 가리키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란 용어의 첫 번째 약어”라고 소개했다.

극중에서 서울대가 평판이 뛰어난 명문대로 수차례 묘사된 데 이어 WP까지 한국사회가 생소한 사람들에게도 이 점을 상세하게 설명한 셈이다.

평판도 배점 높은 평가서 순위상승 계기 될 수도

서울대 정문. / 사진=한경 DB
서울대 정문. / 사진=한경 DB
서울대는 영국의 유명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세계대학순위(World University Rankings)에서 30위권에 머물고 있다. QS 홈페이지에 공개된 최근 4년간(2019~2022년) 순위는 계속 36~37위를 기록했다.

QS 세계대학평가는 △학계 평가 △논문 피인용 수 △교수 1인당 학생 수 △졸업생 평판도 △외국인 교수 비율 △외국인 학생 비율 등 6개 지표로 평가한다. 넓게 보면 기업들의 졸업생 평판도뿐 아니라 ‘학계 평가(Academic Reputation)’ 지표도 평판의 일종이라 연구 관련 지표 못지않게 인지도 및 평판도가 큰 배점을 차지한다.

‘오징어 게임’ 대성공에 따른 인지도 제고가 ‘박스권’에 갇힌 서울대의 세계대학순위 상승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한 대학평가 관계자는 “글로벌 상위권 대학들은 큰 순위 변동이 있기 어렵다. 실제 평판도 향상으로 이어진다면 평가 순위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학평가 전문가인 서의호 포스텍(포항공대) 명예교수는 저서 《일등대학 꼴등대학》을 통해 한 대학평가에서 당시 공대가 없던 해외 명문대가 전자·컴퓨터 분야 최상위권에 랭크됐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만큼 인지도나 평판도가 대학평가 순위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