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있었던 미국 공군 최고소프트웨어책임자(CSO) 니컬러스 셰일런의 사임은 미·중 기술경쟁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인공지능(AI), 사이버 역량 진전 등을 거론하면서 “15~20년 후 중국에 대항해 싸울 능력이 없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이미 (게임이) 끝났다”고 말했다.

기술(테크) 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은 미국에 뒤질 바 없거나, 오히려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지털 전환도 마찬가지다. 그 수준을 잘 보여주는 곳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다모위안(達摩院·달마원)이다.

다모위안은 소림사의 무공 훈련소에서 이름을 따온 알리바바의 미래기술 연구개발센터(R&D)다. 디지털 전환의 핵심 영역인 자율주행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4레벨 자율주행트럭 ‘다만뤼(큰 당나귀)’의 일반도로 주행 시험을 지난달 착수한 게 대표적 사례다. 4레벨 자율주행은 총 6레벨(0~5)인 자율주행에서 무인차인 5레벨의 바로 앞 단계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가운데서도 4레벨 자율주행차를 일반도로에서 운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알리바바의 기술력이 그만큼 앞서 있다는 얘기다. 다만뤼는 최고 시속 80㎞의 속도로 달리며 거점부터 반경 10㎞ 내에서 배송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알리바바와 2위 전자상거래업체 징둥, 중국 최대 음식배달업체 메이퇀 등은 근거리 무인배송차를 상용화했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로 시작했지만 각종 디지털 전환 기술에 기반해 중국 최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소비자의 구매와 지불 패턴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독자적 신용정보 시스템을 구축했다. 단순 상품 추천을 넘어서 대출과 투자, 보험 상품까지 맞춤형으로 제공하면서 중국 최대 민간 금융회사(앤트그룹)를 키워냈다. 알리바바는 빅데이터 관리 노하우를 활용한 클라우드 사업에서도 중국 1위, 세계 4위에 올라 있다.

짧은 동영상 앱 틱톡(글로벌)과 더우인(중국판)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가 세계 최대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성장한 원동력도 소비자 맞춤형 추천을 해주는 AI 기술이 꼽힌다. AI를 활용한 안면인식 부문에선 하이크비전이 세계 최고로 꼽힌다.

중국의 디지털 전환은 국가 차원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전국 500여 곳에 디지털 전환 기술을 집약한 ‘스마트 시티’를 조성하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하이크비전 등 각 부문 최고의 기업들이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클라우드 등 각종 기술을 앞다퉈 적용하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