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출범 후 이틀 만에 체포…이후 수사는 '난맥상'
배임 혐의 빠지고 뇌물 액수도 줄어…'윗선' 규명 안갯속
3주 구속하고도 배임 못넣은 檢…남은 수사도 첩첩산중(종합)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키맨' 중 하나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재판에 넘겼다.

수사팀 구성 후 주요 피의자가 기소된 첫 사례지만, 풀어야 할 의혹들이 여전히 산재해 있어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21일 유 전 본부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및 부정 처사 후 수뢰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 했다.

지난달 29일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지 22일 만에 첫 기소가 이뤄졌지만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한 축인 배임 혐의는 유 전 본부장 공소장에 결국 적지 못했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신속하게 이뤄졌다.

출범 당일 유 전 본부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던 수사팀은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를 창문 밖으로 던지는 등 증거를 인멸하고 조사 일정을 미루려는 모습을 보이자 이달 1일 그를 체포했다.

이후 검찰은 이틀간의 조사를 거쳐 유 전 본부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뇌물 수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지난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했다.

수사팀 출범 나흘 만에 거둔 성과였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유 전 본부장이 공사에서 대장동 사업 전반을 담당했고, 민간 사업자들과도 밀접한 관계였던 만큼 그를 시작으로 로비·특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후 검찰 수사는 줄곧 난맥상을 보였다.

화천대유 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고,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귀국 직후 체포했지만 혐의 입증에 시간이 부족해 이례적으로 석방해야 했다.

유 전 본부장이 오피스텔 9층에서 밖으로 던진 휴대전화는 경찰이 먼저 찾는 수모를 겪었고 유 전 본부장이 그전에 쓰던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불필요한 신경전까지 벌였다.

성남시청을 압수수색 하면서도 대장동 사업 관련 부서에서만 자료를 확보하고 시장실, 비서실은 제외하다 뒤늦게 압수수색해 '부실 수사'라는 지적도 받았다.

3주 구속하고도 배임 못넣은 檢…남은 수사도 첩첩산중(종합)

검찰이 규명해야 할 의혹들은 여전히 쌓여있다.

'50억 클럽'으로 알려진 로비 정황, 대장동 개발 '윗선' 관여 여부 규명, 권순일 전 대법관이 관여된 재판거래 의혹 등도 숙제다.

대장동 개발의 성격을 규명할 핵심 범죄사실이자 유 전 본부장 '윗선'으로 연결될 수 있는 배임 혐의가 공소장에서 빠진 점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검찰은 앞서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성남의뜰 주주 협약서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민간 사업자에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게 하고 성남시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입힌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공소장에는 이 같은 혐의가 모두 제외됐다.

뇌물 액수도 줄어들었다.

검찰은 당초 유 전 본부장이 김만배씨로부터 5억원(현금 1억원+수표 4억원)을 뇌물로 받았다고 판단했다가, 이후 김씨의 영장심사 과정에서 수표가 아닌 현금 5억원을 받은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러한 검찰의 입장 번복은 김씨 영장 기각의 빌미가 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제외된 배임 등 혐의에 대한 보강 수사를 거쳐 추가 기소가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그동안 드러낸 난맥상을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윗선' 규명까지 갈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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