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운전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차량 소유주의 집을 찾아가 현행범으로 체포한 사건에 대해 '위법수사'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음주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운전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차량 소유주의 집을 찾아가 현행범으로 체포한 사건에 대해 '위법수사'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음주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운전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차량 소유주의 집을 찾아가 현행범으로 체포한 사건에 대해 '위법수사'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1월30일 오후 10시40분께 경기 성남시 중원구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고 혐의 차량이 주차된 곳으로 출동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운전자는 이미 자리를 뜬 상태였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신고자는 "얼굴이 빨갛고 걸음걸이가 술을 많이 마신 것처럼 보이는 남성이 운전하는 모습을 보고 112에 신고한 뒤 차량을 추격했다"면서 "다만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신고자의 말을 토대로 차적 조회를 통해 차 주인이자 이 사건의 피고인인 A씨의 주소를 확인해 오후 11시10분께 A씨의 집으로 찾아갔다.

A씨는 영장을 요구하며 집에서 나가달라 말했지만 경찰은 음주운전 현행범으로 체포할 경우에는 영장 없이 압수 및 수색을 할 수 있다며 음주 측정을 요구했다. 측정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31%로 나왔다.

경찰은 A씨를 음주운전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별도의 영장 없이 차량 블랙박스 저장장치를 압수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 사건에 대해 경찰 수사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1, 2심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은 운전자의 외관과 운전행태 등을 보지 못했고, 신고자는 운전자의 인상착의만 진술했을 뿐 신고 대상 운전자가 피고인이라고 지목한 바가 없다"면서 "그런데도 경찰은 혐의 차량 소유자로 등록된 피고인이 인근에 주소를 두고 있다는 사정을 근거로 피고인이 운전자라고 추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을 고려하면, 경찰이 피고인의 허락 없이 피고인 집 안에 들어갈 당시에는 방금 음주운전을 한 범인이라는 점에 관한 죄증이 명백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경찰이 영장 없이 피고인 집에 들어간 행위는 형사소송법상 현행범 또는 준현행범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음주측정 요구 및 블랙박스 압수 역시 위법한 강제처분에 연이은 것으로 위법하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1심의 이 같은 판단데 불복해 항소했지만 수원지법 형사항소1-2부(권기만 부장판사) 역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