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20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서울시와 여러 시민단체가 잇따라 민주노총을 고발한 만큼 민주노총에 대한 수사는 전방위로 확대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13일에도 서울시내 대규모 집회를 예고해 또 한 번 경찰과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10·20 불법시위 수사본부는 집회가 열린 전날 민주노총 관계자 10여 명에게 조사를 위한 출석을 요구했다. 집회를 주도한 각 산별노조 간부급이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사회 각계각층의 쏟아지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서울·전북·부산·강원 등 전국 14개 지역에서 대규모 총파업과 집회를 강행했다. 서울에서는 2만4000명(주최 측 추산)이 서대문역 사거리에 모여 약 2시간 동안 집회를 열었다. 이로 인해 주변 인도와 8차선 왕복 차도가 집회 참가자와 경찰 병력으로 뒤덮여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경찰은 집회가 끝난 직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67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편성했다.

현재 사건은 정식 수사 전인 ‘입건 전 조사(내사)’ 단계다. 경찰은 자료 분석과 주요 관계자 조사를 마친 뒤 혐의점이 발견되면 정식 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경찰은 집회 주최자 및 참가자들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감염병예방법 위반,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10명이 넘는 민주노총 관계자들에게 출석을 요구했고, 앞으로 출석요구 대상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7월 민주노총이 연 집회에 대해서도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나섰다. 이어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난달 구속했다. 법조계는 경찰이 이번 집회를 주도한 주요 간부에 대해서도 구속영장 신청 등 강제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여러 시민단체도 민주노총을 잇따라 고발했다.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21일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및 집회 참가자 전원을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보수 성향 대학생 단체인 신전대협과 자영업연대도 전날 민주노총과 양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고발장을 냈다. 서울시는 집회 참가자 전원을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다음달 13일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 방식의 전국노동자대회를 강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를 다음달 13일 서울에서 개최할 것”이라며 “정부에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집회를 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