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불어라" 돈 빼앗고 차용증 강요…실제 돈 받아내려다 실패
'사기도박혐의' 5명 무죄…판사 "사기도박 입증증거 충분치 않아"
도박장서 돈잃자 격분…'사기도박' 의심에 폭력 휘둔 3명에 집유
빌라 내 도박장에서 '사기도박'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폭행, 돈을 빼앗고 감금한 폭력조직원 등 3명에게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그러나 이들 3명과 함께 사기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 제4단독 김경선 부장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공동감금) 혐의로 기소된 A(36)씨 등 3명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 등은 2018년 5월 16일 오전 1시께 전북 도내 한 빌라에서 B씨의 뺨을 여러 차례 때리고 약 200만원을 빼앗은 뒤 감금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야 이 XX 놈아. 네가 구라(도박) 해놓고 안 했다고 하냐. 공범을 불어라"라고 위협하고 폭행하며 도박장이 차려진 빌라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위력을 행사했다.

A씨는 폭력조직원으로 활동 중이었고 나머지 2명도 과거 조직의 일원이었거나 폭력 전과가 있었다.

A씨 등은 계속해서 돈을 잃자, 도박에 사용된 카드가 앞면을 알 수 있도록 뒷면에 특정 표시를 한 이른바 '표시목'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격분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이들 강요에 못이겨 1천200만원, 3천500만원이 적힌 차용증 2장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등은 이 실제 금액을 받아내려 했으나 B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수사 기관은 이 사건을 조사하다가 C(49)씨 등 5명이 표시목, 카메라 등을 이용해 사기도박을 벌인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포착했다.

재판부는 A씨 등 3명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사기도박의 책임을 추궁한 것일 뿐 폭행, 감금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피고인들이 당시 촬영한 영상과 증인의 진술 등으로 혐의가 입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씨 등 5명의 혐의는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표시목일 가능성이 높다'고 감정한 카드는 도박장에서 실제 사용된 카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현장에서 카드를 유심히 살펴본 사람들은 표시목 여부를 알기 어려웠다고 진술한 점, 표시목이라면 이를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전자 장치가 현장에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사기도박을 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