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스1
2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스1
한동훈 검사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첫 공판에서 "비방의 목적이 없었다" 등의 이유를 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유 전 이사장은 공판에 들어가기 전 "검찰의 기소는 말이 안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21일 서울 서부지법 형사7단독(부장판사 지상목)은 라디오를 통한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유 전 이사장의 첫 공판 기일을 진행했다.

유 전 이사장은 2019년 12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검찰이 노무현재단 은행 계좌를 들여다본 것을 확인했고, 제 개인 계좌도 다 들여다봤을 것으로 짐작한다”, “내 뒷조사를 한 것이 아닌가” 등의 발언을 해 한 검사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그는 지난해 7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동훈 검사가 있던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노무현재단 계좌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며 실명을 특정해 재차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유 전 이사장의 추측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지난해 8월 유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유 전 이사장 측은 지난 1월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려 자신의 주장이 허위였음을 인정했지만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5월 유 이사장을 기소했다.

검찰은 "피해자는 피고인이 발언한 행위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비방할 목적으로 아무런 근거없이 피해자가 검사의 권한을 남용해 자신과 재단의 계좌를 열람한 것처럼 발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이사장 측은 공소제기된 발언들이 △구체적 사실 적시가 아닌 추측과 의견인 점 △당시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점 △비방 목적이 아닌 검찰의 공무집행에 대한 비판 제기라는 점 등을 들어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이사장 측은 "이 사건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발언으로 발언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명예훼손 성립 요건인 '비방의 목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들이 고위직 검사와 막강한 권력기관인 검찰의 권한 남용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취지다.

또, 유 전 이사장이 금융기관과 대검찰청 등에 "내 계좌 거래 내역을 살펴봤는지" 물었지만 명확한 답을 해주지 않았다는 점도 "검찰이 계좌를 살폈다"고 판단한 이유로 들었다. 통상 금융기관이 금융계좌 내역을 열람하면 열흘 내에 당사자에게 통보를 해줘야 하는데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통보를 유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이러한 근거를 종합해 자신 및 재단의 계좌를 검찰이 봤다고 추측했다는 것이다.

앞서 세 차례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과 검찰 측 주장이 크게 엇갈리면서 첫 공판도 길어졌다. 유 이사장 변호인 측은 소송 요건의 흠결을 주장하면서 “이 사건 수사 시점은 2021년 초인데 명예훼손 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권이 없다”고 밝혔다.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유시민 전 이사장의 사과문. 사진=노무현재단 홈페이지 캡처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유시민 전 이사장의 사과문. 사진=노무현재단 홈페이지 캡처
이에 검찰은 “이 사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8월 이미 고발장이 접수돼서 수사가 진행됐다”며 “당시 검찰에 수사권이 있다고 봐서 직접 수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한동훈 검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후 공판에 한 검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하게 되면 법정에서 유 이사장과 직접 대면하게 된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