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계약직 연차, 26일 아닌 11일"…고용부 해석 뒤집혔다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는 연차휴가가 11일만 발생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간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도 26일의 연차휴가가 인정된다는 고용노동부의 해석이 논란을 불러왔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고용부는 이미 2심 법원 판결에서 고용부 해석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지적받고도 해석을 유지하라는 지침을 현장에 내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부의 해석에 따라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 26일치 연차휴가보상금을 이미 지급한 사업장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수당을 반환하라는 줄소송이 이어지는 등 현장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년 계약직 근로자 연차휴가, 26일 아닌 11일
대법원 제2부(재판장 이동원)은 지난 14일 노인요양복지시설 운영자 A가 대한민국과 이 시설에서 근무했던 요양보호사 B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한 후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B는 A가 운영하는 한 요양원에서 2017년 8월 1일부터 2018년 7월 31일까지 1년간 기간제 요양보호사로 근무해 왔다.

그러던 중 2017년 11월 28일 연차휴가 관련 근로기준법이 개정됐다. 1년 미만 근로자에게도 1개월 개근시 1일 총 11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전까지는 1년차 근로자에게는 별도 연차휴가가 발생하지 않고 다음해에 발생하는 15일의 연차휴가를 당겨서 쓰는 개념이다. 개정법에 따르면 근로기간이 만1년을 넘길 시 2년 동안 총 26일의 연차휴가를 쓸 수 있다.

문제는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딱 1년만 일하고 퇴직한 근로자에게도 26일의 연차수당 청구권이 발생하는지였다.

고용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의정부 지청은 근로기준법이 개정 된 후 A를 포함한 관내 사업장 대표자들을 모아놓고 '개정근로기준법 설명자료' 를 배포했다. 여기에는 "근로계약기간이 1년인 기간제 노동자의 경우에도 26일 분의 미사용 수당을 지급해야 하며, 미준수시 형사처벌을 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도 2년차와 마찬가지로 연차휴가가 26일이 주어진다는 해석이다.

B도 이에 따라 A를 상대로 '26일치 미사용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미 사용한 15일의 연차휴가를 제외하고 추가 11일치 연차휴가수당 71만원을 달라는 내용이다. 결국 A는 B에게 수당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후 A는 "근로감독관이 형사처벌하겠다고 겁박해 어쩔 수 없이 지급했다"며 B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B에게는 "71만원을 돌려 달라"는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를, 대한민국을 상대로는 "개정 근로기준법을 잘못 해석했다"는 취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1심은 근로자와 국가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원심을 일부 취소하고 사용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에서는 (아무리 장기 근속을 해도) 1년 최대 휴가일수를 25일로 제한하고 있다"며 "근로자 주장대로라면 1년 기간제 근로자에게 26일의 휴가가 발생하는데, 장기 근속자보다 1년 기간제 근로자를 더 우대하는 결과가 돼 형평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7년 근로기준법을 개정한 이유는 1년차 근로자에게도 11일의 유급휴가를 주려는 의도"라며 "이를 근거로 '1년만' 근로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연차휴가까지 중첩 지급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연차휴가 사용권은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날 발생한다"며 "그 전에 퇴직해 근로관계가 종료된 경우 연차휴가수당도 청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차휴가 사용권은 전년도 근로의 대가라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연차휴가의 목적은 휴양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며 다음 해에도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계약기간 만료와 동시에 근로계약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전체적인 법체계와 연차휴가제도의 본질에 입각해 판단한 합리적인 판결"이라고 말했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도 "연차휴가 수당 청구권은 다음해에 연차휴가 사용이 가능한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보는 게 법리나 제도 취지에 맞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사용자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청구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원심 고등법원은 “설명자료 제작과 계도에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소송으로 받아내면 되며 국가의 잘못은 없다는 해석이다.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고용부 '몽니'에 4년간 현장 혼란…"받아간 연차수당 내놔라" 줄소송 예고
이번 판결의 파급력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욱 변호사는 "정규직근로자라 하더라도 1년만 근무하고 퇴직하는 경우에는 동일한 결론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부의 대응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2심 법원이 지난 4월6일 고용부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이후에도 고용부는 각 지방고용노동관서장에 내려보낸 지침에서 "26개를 줘야 한다"고 명시했다.

2심 판결에 대한 본지의 4월 28일자 보도에도 대응 자료를 내 "고용부는 그간 축적된 대법원 판례,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근거로 이처럼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전원합의체가 아니다. 기존 법원 판결을 변경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고용부 주장은 무리가 있는 것으로 판명된 셈이다.

현장은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 사업장에서 고용부 지침에 따라 26일치 연차휴가 수당을 지급해 왔기 때문이다. 사업주들이 근로자들을 상대로 줄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다수 공공기관에서 1년 계약직 근로자들에게 26일치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해 왔다"며 "일괄 환수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변호사도 "연차휴가미사용수당에 대한 반환청구가 빈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1년 계약직 근로자를 한꺼번에 파견한 파견 업체가 이들에 대한 추가 15일치 연차휴가수당을 생각지 못하고 도급비를 낮게 받아 낭패를 겪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현장근로감독관들 마저도 의문을 표시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의 한 고참 근로감독관은 "사건 발생시 검찰 수사 지휘를 따랐는데, 검사들도 임금체불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근로감독관은 "문의가 들어오면 지침대로 26일이라고 안내한 경우가 많았다"며 "많은 근로감독관들이 이 지침에 따라 임금체불 여부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부도 2005년 대법원 판결을 면밀히 분석해 행정해석을 내렸는데 이번 대판결은 납득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전문가들과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행정해석 변경 등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진석/곽용희/백승현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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