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LBM추정 미사일 왜 쐈나…남측에 자극·누리호 등 겨냥한듯

한미 대화노력 지속 압박…경제난속 주민 불만 달래며 내부 결집도

북한이 1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의도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남측이 지난달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잠수함에서 SLBM 발사에 성공해 세계 7번째로 잠수함 운용국으로 도약한 데 대해 자극을 받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우선 제기된다.

북한은 2015년에도 잠수함에서 발사했다고 주장했지만, 군은 수중 바지선과 같은 구조물에서 진행된 것으로 평가해왔다.

실제 잠수함 발사시험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 무기 개발을 이끄는 장창하 국방과학원장은 남측 SLBM 발사 성공 이틀 뒤 직접 담화를 통해 "초보적 걸음마 단계"라고 깎아내리고 "제 모양새를 갖추지 못한 어딘가 부실한 무기" 등으로 비아냥거린 바 있다.

이는 남쪽보다 훨씬 앞서 개발해 공개한 SLBM을 잠수함에서 발사조차 못 하는 상황에 대한 면피성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뒤집어 보면 장창하 등 북한 무기 개발자들의 입장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각별한 관심을 가진 잠수함에서 실제 발사가 남측에 뒤진 데 대해 뼈아플 수밖에 없는 셈이다.

또한 이달 21일 한국의 우주개발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에 대응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과 정보 당국은 누리호 발사에 앞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예견해왔다.

미군이 이달 들어 거의 매일 정찰기를 강원도 최전방으로 출격시킨 것도 이런 정황 때문이다.

앞으로 북한이 남쪽의 누리호 발사에 대응해 위성발사체 발사로 맞대응할 가능성도 있어 한반도 긴장의 끈은 팽팽한 상황이다.

북한 내부적으로 보면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변하지 않은 한 체제 수호를 위한 자위적 국방력을 지속 강화하겠다는 무력 시위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국방공업발전 전략목표 중 하나로 제시한 핵잠수함 및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방침 이행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은 첫째로 SLBM 자체 개발의 목표가 분명히 있다"며 "핵 개발 국가의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현재 워싱턴과 서울에서 각각 한미일 3국의 북핵 수석대표와 정보수장이 나란히 회동하고 대북 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외교적 압박 의도도 읽힌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거듭되는 대화 제기에도 적대정책부터 포기하라며 응하지 않고 있디.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를 폄훼하며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의 표현 형태와 수법이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기념 연설에서는 "미국은 최근 들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고 평가했다.

남측 당국을 향해서는 관계 개선 시그널을 보내면서도 이달 초 남북간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이후 더는 남북관계 회복에 나서지 않은 채 자신들이 만족할 수 있는 실천적 행동을 보여달라고 지속해서 압박하고 있다.

한미가 종전선언과 대북 인도적 지원 등으로 북한에 당근을 제시하고 있지만, 대북제재 같은 자신들이 원하는 실질적 행동이 이뤄지지 않는 한 대화를 외면한 채 무력시위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그동안 남측 당국에 요구해온 이중 잣대를 시험대에 올린 것"이라며 "한미에서 이중잣대에 대해 진전된 대답이 없으니 진전된 대답을 가져오라는 압박 의도도 담겨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SLBM 잠수함 발사는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장기화 속에서 갈수록 악화하는 민생고에 지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최강의 첨단무기를 보유한 국가의 공민으로 자긍심을 자극해 내부 결집을 다지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0일부터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해 '차세대 게임체인저'로 평가되는 극초음속 미사일(화성-8형)부터 북한판 이스칸데르까지 지난 5년간 개발한 다양한 첨단 무기를 한자리에 모은 국방발전전람회를 김 위원장 참석하에 열고 각지 주민들의 참관을 이어가며 애국심 고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과 올해 1월 8차 당대회, 정주년이 아닌 지난 9월 정권 수립 73주년 등 불과 1년도 안 된 사이에 이례적으로 세 차례 열병식을 연 것에서도 이런 의도가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