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승 부장판사 "'직권' 범위 지나치게 좁게 해석"
현직 판사, 논문에서 '재판개입' 혐의 임성근 무죄 비판
'재판개입' 등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을 현직 부장판사가 "직권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판결"이라며 비판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경승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최근 대한변호사협회가 발행한 학술지 '인권과 정의'에 실은 논문 '직권남용죄의 보호법익과 구성요건'에서 이같이 밝혔다.

양 부장판사는 먼저 직권남용이 권한 초월의 형식으로 이뤄진 경우 이를 본 죄(직권남용)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사법농단 사건' 등에서 초미의 관심사"라고 짚었다.

이어 "일부 하급심이 '없는 권한을 행사했으므로 애당초 그 권한의 남용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로 본 죄의 성립을 부정했다"며 "그것이 법 논리와 입법 취지·이치·사회 상식에 맞는지 연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였던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기소됐으나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고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1·2심 재판부 모두 수석부장판사에게 일선 재판부의 판단에 개입할 권한이 없고, 재판부가 법리에 따라 판단했을 뿐 권리행사가 방해되지 않았다는 등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직권 없이는 직권남용도 없다'는 법리에 따른 판결이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임 전 부장판사의 행동을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다소 수위를 낮춰 '부적절한 재판 관여 행위'라고 표현했다.

양 부장판사는 논문에서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1심 판결을 두고 "법령에 명시되지 않은 직무상 권한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석부장판사가 사실상 부법원장으로서 지위와 직위를 갖고 판사들에게 사건 배당·평정·사무 분담과 관련해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한 사법행정권을 행사해왔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법관 평정이나 사무 분담과 관련한 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은 직접적으로는 소속 법원 판사들의 구체적 재판에 간여할 권한을 포함하지 않지만, 재판사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