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0일 55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기로 했다. 지난 5~7월 수차례 불법 시위를 연 혐의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서다. 경찰은 차벽 설치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고, 시민사회도 집회 철회를 촉구했다.

전국 다발 집회 예고

18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지난 8월부터 준비해온 총파업을 20일 예정대로 열 계획이다. 당초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에 전체 조합원 110만 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예고해왔다. 노조 간부들로 구성한 ‘대장정단’까지 꾸려 8월부터 6주 동안 전국을 돌며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집회 참가 인원은 그 절반인 55만 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와 금속노조 등 대형 산하 노조의 온전한 참여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파업 참여 조합원이 현장에 오지 않거나, 조직 간부만 집회 현장에 나올 수 있어 실제 참가자는 더 적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형 노조가 빠지면서 이번 파업은 민주노총 산하 민주일반노조, 건설노조,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등이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집회 당일인 20일 전국 학교에서 급식과 방과후 돌봄 등의 업무에 차질이 예상된다.

집회가 어디서 열릴지도 미지수다. 민주노총은 서울 주요 거점에서 동시 총파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장소는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집회를 신고한 서울 시내 50여 곳은 이미 집회금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차벽 설치 등 엄정 대응”

대규모 집회에 경찰은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경찰은 이날 김창룡 경찰청장 주재로 민주노총 파업 대책회의를 열었다. 경찰은 집회 신고 장소에 경찰 병력을 배치해 참가자 집결 자체를 막기로 했다.

집회 인원을 초과하거나 신고 장소가 아닌 곳에서 집회를 불시에 열면 현행범으로 체포할 방침이다. 앞서 민주노총은 7월 집회 때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려다 급하게 종로로 장소를 옮겼다.

경찰의 강경 대응 방침은 “민주노총에 대한 대응이 부실하다”는 비판을 털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경찰은 양 위원장에게 8월 발부된 법원의 구속영장을 20일 지나도록 집행하지 않아 비판받았다.

그사이 양 위원장은 구속 피의자 신분임에도 기자회견 등 공식 일정을 보란듯이 이어갔다. 김 청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노총 집회에 금지 통보를 내렸다”며 “폴리스라인 외에 (집회 참가자를) 격리할 장비가 필요하면 차벽 설치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재계도 비판 한목소리

시민사회와 경제계, 정부는 민주노총 집회에 대한 비판과 우려를 쏟아냈다. 대학생 단체인 신(新)전대협과 자영업연대는 민주노총 총파업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전국 100개 대학 캠퍼스에 게시했다.

이들은 “민주노총의 약탈과 횡포로 모두의 파이가 줄어들고, 빚더미가 돼 미래에 우리 세대가 모두 떠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집회가 열릴 경우 민주노총을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11월 일상 회복을 준비하는 중대한 시점”이라며 민주노총에 총파업 자제를 요구했다. 이어 “총파업이 실행될 때를 대비해 급식, 돌봄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중심으로 대책을 준비하고 방역수칙 위반 등 불법 행위는 엄정히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19 확산과 장기화에 따른 위기 속에서 많은 기업과 근로자가 일터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며 “총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경제 회복 노력에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양길성/곽용희/김남영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