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재판서 현직판사 증언…"'박병대 전 처장, 연구회에 부정적' 전해 들어"
"국제인권법연구회 설립 추진 판사에 '너희 주시하겠다' 경고"

일선 판사들이 2009년 국제인권법 연구회를 설립하려 하자 당시 고등법원 부장판사였던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너희를 좋지 않게 생각하고 주시한다'고 경고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설립을 이끈 판사 중 한 명인 김 부장판사는 "2009년 '신영철 사태' 이후 지방법원 판사들끼리 제도개선 모임을 가졌는데, 이듬해 2월에 전보 인사가 나면 헤어지게 될 것을 고려해 연구회를 만들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신영철 전 대법관은 2008∼2009년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 당시 판사들에게 이메일로 재판을 독촉하고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는 등 촛불집회 관련 하급심 재판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는 판사들이 집단 반발하는 '사법파동'으로 이어졌다.

김 부장판사는 "이후 법원행정처에 국제인권법연구회 설립을 위해 갖춰야 할 서류 양식을 보내달라고 메일을 보냈더니 다른 경로로 우리 모임을 주시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이수진 판사(현 국회의원)가 서울고법 부장판사였던 박 전 대법관으로부터 '행정처에서 너희 모임을 좋지 않게 생각하고 주시한다', '숨어서 공부하는 건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설립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고 부연했다.

검찰이 "단지 인권을 공부했는데 '주시한다'는 말을 들은 것이냐"고 묻자, 김 부장판사는 "당시 모인 사람들이 신영철 사태 때 열심히 한 사람들이었다"면서도 "사법 독립과 직접 관련되는 활동은 없었다"고 답했다.

김 부장판사에 따르면 이 같은 경고 때문에 당시 국제인권법연구회 설립은 한 차례 잠정적으로 중단됐고, 2011년 고등법원 부장판사였던 김명수 대법원장을 대표로 재차 설립을 신청해 허가를 받았다.

임 전 차장은 재임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법행정에 비판적 판사들의 모임으로 알려진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려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도 임 전 차장의 여러 혐의 중 하나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설립 추진 판사에 '너희 주시하겠다' 경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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