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22일 지나서야 착수…
커지는 부실수사 논란

김만배 구속영장 기각에
"수사 동력 떨어졌다" 우려도
검찰·경찰은 중복 수사 '혼선'

'또다른 키맨' 남욱, 22일께 귀국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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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경기 성남시청을 15일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달 23일 수사에 착수한 지 22일 만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관리·감독 주체이자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각종 사업 승인 및 인허가를 담당한 성남시에 대해 검찰이 이제서야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늑장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성남시, ‘초과이익 환수’ 삭제 개입했나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께 성남시청에 검사와 수사관 등 20여 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된 부서인 성남시 도시주택국, 교육문화체육국, 도시문화사업단, 정보통신과 등에서 자료를 확보했다.

성남도개공은 2015년 6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포함된 성남의뜰과 주주협약을 맺으며 공사에 돌아가는 배당금 상한액을 1822억원으로 제한했다. 남은 초과이익은 모두 민간 사업자가 갖도록 했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성남도개공이 작성한 협약서 원안에는 들어갔지만 최종본에선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항이 빠지는 과정에 성남시가 개입했는지 여부가 검찰 수사로 밝혀야 할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이번 압수수색을 계기로 개발 사업이 본격 추진될 때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관심사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과거 이 사업에 대해 “설계는 제가 한 것이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실무자”라고 공개석상에서 밝힌 적이 있다. 이 지사는 2015년 1월 성남시 행정기획국이 작성한 ‘대장동 개발사업 추진에 따른 법인에 대한 출자승인 검토 보고’ 문건에 직접 서명하기도 했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지사가) 피고발돼 있고 수사 범주에 들어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이 뒤늦게 성남시 압수수색에 나선 것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연일 대장동 의혹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검찰 수사 상황이 알려지고 있는 상태에서 설령 성남시 내부에 증거가 있었더라도 이미 감춰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지난달 말 성남도개공 압수수색을 할 때 성남시에 대한 압수수색이 동시에 이뤄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는 오는 18일께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혼선’ 우려도
검찰이 화천대유 대주주이자 천화동인 1호 소유주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치밀한 확인 없이 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만 의존하고, 구속 필요성을 소명할 핵심 증거인 관련자 계좌추적 등은 뒤늦게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초 김 전 부국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에 대해 ‘현금 1억원과 수표 4억원’을 전달했다는 입장이었지만 영장실질심사에서 ‘현금 5억원’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피의자가 말을 바꾸면 구속 사유가 되는데, 검찰이 입장을 바꾼 것은 중대한 기각 사유가 된다”며 “최소 1~2번은 더 조사해 신중히 청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이 동시 수사를 벌이면서 “중복수사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 전담수사팀은 이날 오전 유 전 본부장이 과거 사용한 휴대폰을 확보하기 위해 그의 지인 A씨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그런데 앞서 경찰도 A씨가 유 전 본부장의 휴대폰을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이 영장 정보를 공유받고 직접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라며 “사실상 대장동 사건을 다 검찰이 가져가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검찰이 보완수사 요청을 했던 화천대유 관계자들에 대한 계좌 압수수색을 최근 다시 진행했다. 이를 통해 경찰은 김 전 부국장이 화천대유에서 빌린 회삿돈 473억원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집중 추적할 것으로 보인다.

최한종/양길성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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