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소 압수수색 별도 시도…경찰 영장 기다리는 사이 검찰 집행
성남시 같은 부서 대상 수사도 검찰 '강제수사'…경찰은 '임의수사'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수사에 나서면서 당초 제기됐던 중복수사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양새이다.

'유동규 휴대폰'으로 드러난 검경 엇박자…중복수사 우려 현실화
15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과거 사용한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해 유 전 본부장 지인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

지인은 유 전 본부장과 재혼한 것으로 알려진 여성 A 씨이며, 검찰이 확보에 나선 휴대전화는 유 전 본부장이 약 2개월 전까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최근 압수한 휴대전화와 다른 전화기이다.

앞서 경찰에서 이번 의혹을 수사하는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팀장 송병일 경무관)은 유 전 본부장이 지난달 29일 검찰의 주거지 압수수색 과정에서 창문 밖으로 집어 던져 은닉을 시도한 휴대전화를 수색해 찾아낸 바 있다.

이 휴대전화는 현재 국가수사본부 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포렌식 중이다.

유 전 본부장이 가장 최근에 사용한 이 휴대전화가 아닌 과거 오랜 기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를 이날 검찰이 확보할 경우 이번 의혹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유 전 본부장의 과거 휴대전화를 찾는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의 엇박자가 드러나면서 진실 규명 작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역시 유 전 본부장의 과거 휴대전화를 찾고 있던 경찰은 검찰과 마찬가지로 A 씨가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지난 13일 A 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은 이틀 뒤인 15일 저녁 수원지검이 법원에 청구했고 아직 발부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검찰이 이날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결국 경찰은 신청 후 이틀간 영장 발부를 기다리는 사이 검찰의 휴대전화 확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셈이 됐다.

이와 관련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영장 청구권을 내세워 경찰의 수사 아이템을 가로채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발부받은 영장의 청구 시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유동규 휴대폰'으로 드러난 검경 엇박자…중복수사 우려 현실화
이에 검찰 관계자는 "해당 휴대전화 소재 파악은 검찰이 먼저 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번 의혹의 중심지 중 하나인 성남시청에 대한 수사를 두고도 검경 간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께 성남시청에 검사와 수사관 등 20여 명을 보내 도시주택국, 교육문화체육국, 문화도시사업단, 정보통신과 등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일 문화도시사업단 내 도시균형발전과로부터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계획 변경 인가 과정이 담긴 자료를 확보했고, 다음 날에는 교육문화체육국 내 문화예술과에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무소속 곽상도 의원의 아들과 관련한 서류를 요청해 받았다.

같은 수사 대상을 두고 검찰은 강제수사를, 경찰은 임의수사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성남시 수사와 관련해 한쪽이 먼저 확보한 자료 등에 대한 문의나 정보 공유 등 별다른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른 수사기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의 증거능력 여부에 대해 향후 법정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없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같은 사안을 수사하는 두 기관 사이에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이번 의혹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을 내면서 "검찰과 경찰은 적극적으로 협력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김오수 검찰총장은 "경찰과 핫라인을 구축해 협력하겠다"고 했고,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도 "검찰과 사안별로 협의체를 구성해서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