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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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노조를 "권력에 아부한다"고 비방한 조합원에게 대법원이 "업무방해죄가 성립 안된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반면 같은 날 선고된 다른 사건에서는 노조위원장에게 "어용, 앞잡이" 표현을 한 조합원들이 노조위원장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정반대 취지의 판결이 내려졌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는 지난달 30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죄 혐의로 기소된 A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018년 당시 공무원 양대노조인 공노총(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공노(전국공무원노동조합)는 부산시공무원노조를 두고 치열한 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상급단체가 없는 노조를 자기 소속으로 '모시기' 위해, 부산시청 앞에선 뜨거운 출근길 홍보전이 필쳐지기도 했다. 회원만 수천명인 ‘알짜 조직’이라 영입 성공 시 조합비 및 조합원 모두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두 노조 모두 놓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이는 결국 과열 경쟁으로 치달았다.

A는 당시 공무원이자 전공노 대구경북지역 본부장으로 활동 중이었다. 2018년 6월 A는 자신이 속한 대구시의 전공노와 공노총 활동 사례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부산시 공무원들에게 전공노를 홍보해 달라는 기고 부탁을 받았다. A는 곧 '한번 상급단체를 결정하면 바꾸기 어렵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해 전공노 부산지역본부에 보내고 홈페이지에도 게시했다.

글에는 "대구시청에는 공노총과 전공노가 있는데 (노조위원장을 맡은) 공노총 소속 노조가 보여준 모습에 조합원들이 분노와 실망을 느끼고 있다", "권력에 아부하는 대구시 노조가 부끄럽다", "공노총 소속 지도부는 대구시 노조 위원장에 재선된 적이 없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실제로는 연임한 위원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A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공노총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명예훼손'과 공노총의 노조 유치 업무를 방해했다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원심은 "허위사실이 담긴 글을 게시해 다른 상급단체를 선택하도록 설득한 것은 다른 노조를 유치하려는 공노총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며 A에게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고 봐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분노와 실망'이나 '부끄럽다' 같은 표현은 A의 평가·판단에 불과하지,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임 위원장이 없다는 표현은 허위지만, (자신의) 비판적 의견을 뒷받침할 뿐 전체적인 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업무 방해 위험이 없는 다소 과장된 표현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김용문 덴톤스리 변호사는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방해죄 성립에서 특정 표현이나 지엽적인 내용이 아니라 게시글 전체의 취지와 맥락, 허위 표현이 차지하는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같은 날 대법원 제2부(재판장 민유숙)는 노조위원장에 대해 ‘어용’, ‘앞잡이’ 등으로 표현한 현수막, 피켓, 게시글을 도로변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게시한 조합원 3명에게 '불법행위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2013년 9월부터 11월까지 13번에 걸쳐 종로구 KT광화문 지사에서 현수막을 게시와 피켓 시위를 통해 노조위원장을 모욕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대법원은 "‘어용’이란 자기 이익을 위해 권력자에 영합해 줏대 없이 행동하는 것을, ‘앞잡이’란 끄나풀 노릇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감정 표현"이라며 "조합원들은 노조위원장이 받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 공동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달 23일 같은 혐의로 선고된 대법원 형사 판결에서는 각각 벌금 150만원, 70만원, 5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곽용희/최진석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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