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범 한성대 교수팀 인터뷰

"전자담배, 흡연총량에 영향 안 미쳐
외부비용 높은 일반담배 세율 높여야"
“비흡연자들, 전자담배→일반담배로 넘어갈 가능성 낮다”

그동안 보건학계에선 전자담배가 비흡연자를 흡연자로 이끄는 ‘게이트웨이(Gateway)’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정작 이를 다룬 국내 연구는 없었다.

박영범 한성대 글로벌 경제연구원 교수(사진)과 홍우형 교수팀은 최근 ‘전자담배의 관문효과 및 시사점에 관한 연구’에서 수학적 모델을 활용해 비흡연자들이 전자담배를 통해 일반담배를 접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박 교수팀은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의 대체재이기 때문에 흡연의 총량을 증가시키는 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흡연의 사회적 외부 비용과 위해성을 감안하면 일반담배에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게 금연정책에 더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전자담배의 게이트웨이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배경은.
“궐련형 전자담배는 2017년 국내 출시 이후 시장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흡연자들이 궐련형 전자담배를 접하면 담배를 더 많이 피우게 되고, 결론적으로 비흡연자도 일반담배로 넘어가게 하는 게이트웨이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들을 수학적 모델을 통해 규명하고자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전자담배 중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를 특정한 이유는.
“먼저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의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규명하기 위해선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의 ‘대체재’인지, ‘보완재’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서 전자담배의 도입 시점부터 현재까지 전자담배와 일반담배의 판매량을 분석했는데, 국내 시장에서 유일하게 유의미한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전자담배 제품인 궐련형 전자담배를 일반담배와 비교 분석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의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연구 결과처럼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의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다. 전체 담배판매량 및 흡연의 양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전자담배 출시 전 일반담배만 피웠던 흡연자가 전자담배 출시 이후 전자담배로 흡연을 대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만약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전자담배의 게이트웨이 효과가 있다면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의 보완재 성격의 제품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 경우 흡연자가 일반담배와 함께 궐련형 전자담배를 보완해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주장에 힘이 실리려면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 이후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 판매량이 동시에 증가해 흡연의 양적 확대에 영향을 주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 이후 궐련형 전자담배의 판매량은 증가한 반면, 일반담배의 판매량은 감소하는 추세였다. 두 제품이 서로 대체하는 성질을 가졌다고 유추하여 볼 수 있다. 단, 담배 소비에 영향을 주는 다른 변수를 통제한 이후 대체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연구팀은 닐슨코리아의 담배시장 산업자료를 사용해 담배 수요함수를 추정했는데, 일반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가 대체재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규명했다.”
담배 제품별 차등과세의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어떤 기준으로 세율을 책정해야 하는가.
“담배는 기호식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담배 제품별 차등적 세율을 적용하려면 먼저 흡연자와 사회가 납득할 만한 과세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담뱃세의 이론적 정당성은 ‘교정세(corrective tax)’에서 찾을 수 있다. 과세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담배제품별로 발생하는 외부비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구진이 작년 발간한 ‘흡연의 외부비용 추정과 합리적 담배과세방안에 관한 연구’는 담배의 외부비용을 의료 및 노동손실비용, 화재비용, 불쾌감 비용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비용을 산출했다. 그 결과, 사회에 외부비용을 가장 많이 발생한 담배는 일반담배였다. 비교대상인 궐련형 전자담배보다 월등히 높았다. 따라서 사회에 외부비용을 더 많이 발생시키는 일반담배에 대한 세율을 높이고, 외부비용이 낮은 전자담배의 세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
그 밖에 다른 기준은.
“담배 제품별 위해성에 비례해서 과세할 수도 있다. 건강에 더 해로운 담배에 대해 더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방법이다. 그러면 건강에 가장 해로운 담배에 대한 소비를 감소시키고 덜 위해한 제품으로 대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영국은 전자담배, 미국은 궐련형 전자담배 등 일부 전자담배의 위해성이 일반담배에 비해 적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일반담배 대비 전자담배 제세부담금 비율은 90.4%로 일본, 러시아, 그리스 등 국가 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에도 위해성에 비례한 과세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먼저 담배제품에 대한 개별 성분 검사, 성분 공개 등 과학적으로 담배제품별 위해성을 파악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제품별 차등세율에 대한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
일반담배의 세금인상 시 어떠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
“이번 연구에서 담배 제품군에 따른 세금 인상에 대한 효과를 시뮬레이션 한 결과, 일반담배의 세금을 인상하는 것이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을 인상하는 것보다 약 16배 이상 흡연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일반담배의 세율을 높이는 게 전자담배의 세율을 올리는 것보다 국민 건강 증진 측면에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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